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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통신] 벼랑 밑의 '盧 동업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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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광재.안희정씨 등 노무현 대통령이 이른바 '동업자'라고 표현했던 386세대 측근들이 지금 거친 시련기를 맞고 있다.

대개의 정치 보스와 측근들의 관계와 달리 盧대통령은 실상 측근들을 살갑게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불법 대선자금 모금 또는 수수의 창구역할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씨는 평소 사석에서 "그토록 오래 보좌했지만 대장(盧대통령을 부르는 그들의 애칭)에게서 '수고했다'며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고 했다.

안희정씨가 '열린우리당'의 논산-금산지구당 창당대회를 할 당시에도 盧대통령의 화환이나 메시지 등은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安씨의 지역구 경쟁자이자 盧대통령의 후보경선 라이벌이었던 이인제 의원이 대형 화환을 보내와 그 지역의 화제가 됐었다.

이광재씨 또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당시 "대개 나를 실세라고 해 매일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알겠지만 주로 문서나 온라인을 통해서 보고할 뿐 취임 후 따로 대통령 얼굴을 본 적이 몇번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었다.

안희정씨가 최근 "대통령을 만나고 싶으면 (청와대에 들어가서) 밥도 먹는다"고 한 데 대해선 "총선 홍보용 발언 아니겠느냐"는 동료 386들의 반응이 다수였다.

부천 소사에서 출마준비를 하고 있는 김만수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청와대를 떠나기 전 대장에게 인사를 하러갔다. '선거란 게 큰 판이 어떻게 짜여지는지 구도가 중요한 건데…. 너무 일찍 아등바등 말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했다.

출마준비차 주변의 권유로 난생 처음 50만~60만원대 양복 두벌을 사입었다는 金씨는 "현재로서 유일한 '대장의 도움'은 불법 금품선거를 적발하는 경찰관을 1계급 특진시키겠다는 구도를 짜준 것"이라고 했다.

盧대통령은 취임 후 386측근들을 가족동반으로 한번 청와대 상춘재에 불렀다.

한 386측근은 "그 자리에서 盧대통령 내외가 이례적으로 가족별 기념사진을 찍어준 게 그날의 유일한 선물이었다"고 했다.

'동업자'란 표현은 그렇다면 어떻게 나온 것일까. 한 386측근의 설명이 재미있다.

"盧대통령은 우리들이 자신을 위해 고생하니 고맙다는 생각은 않는 것 같다. 자신도 돈 잘 벌던 변호사의 안락함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측근들에게 꿀릴 것도 없고 자신과 젊은 사람들이 모여 각자 해야 할 일을 함께 하는 것뿐이라는 식이다. 냉정하다. 그런 의미에서 '동업자'라는 것이다".

盧대통령은 대선 때 부산유세에서 '새끼사자론'을 역설했었다. 부산시민들이 벼랑 밑으로 던져버린 자신이 대통령후보로 살아 돌아왔으니 이젠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지금 盧대통령의 386참모들 또한 대부분 벼랑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광재.안희정씨는 사선의 경계에 서있는 처지다.

盧대통령이 나서서 이들을 도와줄 기미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죄가 있으면 차가운 재판정의, 총선에 출마한다면 유권자의 냉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각자가 스스로 살아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최훈 청와대출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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