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에 "열심히 사는 엄마 모습 심고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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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2일 끝난 바르셀로나 올림픽 파견 육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유난히 눈길을 끈 선수가 있었다. 올해 35세의 주부선수 문기숙(대전 서구청 소속).
문씨는 10세 소영·8살 하영 등 두딸을 둔 어머니선수.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문씨는 마라톤 다음으로 장거리인 1만m에 출전해 보통 열살 이상 아래인 후배 11명과 당당히 겨룬 끝에 4위로 골인, 감탄을 자아냈다.
문씨는 지난해 전주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일반부 1만m와 20㎞단축 마라톤에서 각각 2, 3위를 차지한 불굴의 장거리 스타.
문씨는 달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현역으로서는 최고령인데 왜 힘들게 달립니까.
▲건강에도 무척 좋은 것 같고 무엇보다도 애들한테 열심히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입니다. 특히 국민학교 3, 4학년인 딸들이 엄마가 땀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문씨는 김포여중 2년 재학중 육상에 입문, 인천체고·조폐공사를 거쳐 81년 무릎부상으로 결혼과 함께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러나 85년 둘째딸을 출산하면서 산후조리가 안좋아 몸이 쇠약해진데다 육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이듬해인 86년부터 다시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맸다).
-애들을 키우며 다시 운동을 한다는게 쉽지 않았을텐데요.
▲애들이 어렸을 때는 남편의 도움이 컸어요. 남편이 애들 둘을 차에 태우고 달리면 저는 차 뒤를 좇아서 매일같이 대전 변두리를 달렸어요. 당시에는 코치도 없어서 남편은 제가 현역 때의 운동일지를 조폐공사에서 구해다 몸소 읽고 다른 육상잡지도 구해다 읽어가며 저의 코치 겸 트레이너 역할을 해주었어요(문씨는 남편 임헌범(42)씨와는 조폐공사의 사내 커플이다. 지난 78년 조폐공사에 입단한 후 회사 경비원이던 임씨와 연애 결혼했다. 문씨는 남편을 코치 삼아「무소속」으로 운동을 1년여 하다가 87년 대전 시청 팀이 창단되자 스카우트돼 뒤늦게 기량을 꽃피우게 된다. 지난해엔 시청 팀의 장거리 파트가 서구청으로 이관되면서 안종전 코치를 만나 본격 마라토너로 전업을 서두르고 있다).
-언제까지 달릴 겁니까.
▲운동장에서 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요. 아직 체력엔 자신이 있어요. 여자 마라톤에서 기록을 내고 말겠어요. 달리면 건강해서 좋고 달릴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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