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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기상황의 진단과 처방|"잘 팔리는「진짜스타」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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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4면

「확실하게 팔리는 배우가 없다」는 게 감독들의 공통된 푸념이다. 연기자는 많으나 스타는 없다는 뜻이다.
TV탤런트는 안방에 스스로 찾아들지만 영화배우는 영화관으로 관객을 불러모아야 한다. 관객에게 기꺼이 돈과 시간을 투자하게 하는 흡인력을 갖춘 배우가 바로 스타다.
청소년들이 모든 홍콩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성룡·주윤발·유덕화가 나오는 영화에만 열광한다.
인기 TV탤런트들이 주연한 그 많은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한 이유중의 하나는 그들이 진짜 스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영화에는 문희·남정임·윤정희의 트로이카가 있었고 여기에 고은아가 가세한 강력한 스타덤이 구축됐었다. 80년대 초까지 만해도 정윤회·유지인·장미희의 신 트로이카가 흥행을 주도했었다.
그후 지금까지 영화계에는 스타덤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독주 강수연, 선전 안성기, 그리고 발돋움중인 최진실·박상민 정도가 영화계가 보유한 스타의 전부다.
마라톤도 종반까지 선두그룹이 잘 형성돼야 기록경신이 쉽고 권투도 라이벌이 많아야 흥미진진한 법이다. 스타부재가 계속되는 한 한국영화의 상업성확보는 지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작자는 스타 될 재목을 찾아내고 신이 그를 스타로 만든다』는 어느 할리우드 제작자의 말처럼 스타 되기란 정말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스타 되기 전에는 바쁘고 그후에는 그렇지 않다』라는 말도 있다. 스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자기연마를 하다보니 바쁘고 꿈을 이룬 뒤에는 엄격한 자기관리로 스타성을 유지하기 위해 덜 바쁘다는 뜻이다.
연기자는 영화에 출연하면서 스타의 길에 들어선다. 그런데 한국의 제작자나 감독은 배우를 발굴 또는 기용하는 방법이 비과학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그들은 물론 극중인물에 적합한 연기자를 찾기는 하나 그보다는 너무나 현재의 인기에 연연하고 있다. 각 배우에게 잠재된 스타성을 캐내 그들을 진짜스타로 키워내는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도 독립된 캐스팅전문가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많다. 캐스팅전문가는 야구의 스카우터처럼 연극·TV를 망라한 전 연기자의 성격과 소질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가 영화 기획단계부터 감독과 상의, 적역의 연기자를 기용하는 임무를 갖고있다.
이런 방법으로 무명의 로버트 드 니로가마틴 스코세스 감독을 만나 대 스타로 컸고 해리슨 포드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도 각각 조지 루커스 감독과 셀지오 데오네를 만나 오늘날의 스타로 성장한 것이 좋은 예가 된다. 한국의 연기자들은 영화에 출연하고 인기가 있다싶으면 자신이 스타가 된 줄 착각하고 또 주위에서 그렇게 만든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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