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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캠퍼스 「치안부재」/성범죄… 음주… 폭력… 탈선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외국식 「대학경찰」 도입 필요/범죄잦자 학생들 자체방범 확산
대학구내 치안이 새로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출입이 쉽고 경찰력이 사실상 미치지 않는 특징때문에 그동안 대학구내에서의 10대 탈선·성폭력등 범죄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였다. 대학밖에서의 「범죄와의 전쟁」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면서 경찰감시망밖인 대학캠퍼스는 최근들어 사실상 「치안사각지대」로 되어가고 있다.
특히 봄철을 맞아 서울시내 대학들은 야간 캠퍼스내에서의 음주·편싸움·성폭력·카섹스등 풍기문란·범죄가 눈에 띄게 늘자 학생들이 자체방범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외국에서와 같은 「대학경찰」제도 도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태=28일 오후 10시쯤 숲이 우거진 연세대 교내 청송대 부근에서는 술에 취한 10대 10여명이 학교직원들의 제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몸을 비틀어대고 있었다. 또 자연대뒤편등 인적이 드문 야산도로변에는 실내 조명 등을 끈채 승용차 안에서 남녀가 하나로 뒤엉켜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같은 야간 대학 캠퍼스의 무법·무질서는 전국 대부분 대학이 마찬가지 처지로 대학 관계자들은 야간숙직 직원들만으론 제지·단속이 불가능한 형편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10대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 고려대의 경우 24일밤에만 본관 뒤편 야산에서 10대들이 흡입하고 버린듯한 본드 8개,비닐봉투가 발견되기도 했다.
◇자체방범=고려대는 새학기들어 이같은 사건이 잇따르자 총학생회가 20일 학생 23명으로 「호랑이포졸단」을 구성,호루라기·호신봉 등으로 무장한 5명씩 2개조가 매일 밤11시부터 새벽1시까지 순찰을 돌고 있다.
연세대도 총학생회가 학생 2백명을 상대로 학내 치안문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60%가 『심야단속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자 지난해말 해제했던 규찰대를 다음주부터 다시 가동,밤11시부터 새벽2시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대의 경우 지난해 9월 이곳에 놀러온 20대 여성의 성추행사건이 발생하는등 외부인의 교내출입으로 인한 범죄가 잦아지자 밤 11시부터 정문을 폐쇄하고 후문에도 바리케이드를 쳐 출입객·승용차를 일일이 기록,신원을 확인한뒤 통과시키고 있다.
◇「대학경찰」 도입 주장=서울대 김안중 교수(48·교육학)는 최근 「대학교육」지 기고를 통해 『날로 심각해지는 캠퍼스내의 각종 범죄로부터 교육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대학경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미국의 대다수 종합대학에서 보편화돼있는 이 제도는 국가가 채용한 경찰이 학내에 상주하며 치안을 전담함으로써 외부인들에 의한 범죄를 상당부분 예방하고 상아탑의 면학분위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장기적으론 대학이 경찰의 도움을 받는 날이 와야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청원경찰을 차선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많은 대학들은 대학경찰제도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학원사찰」이라는 학생들의 반발,청원경찰제일 경우 재정부담때문에 난색을 보여 정부차원 대책이 마련되어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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