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한 가요(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중예술 가운데 가요만큼 시대상황이나 당대 분위기를 잘 반영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어느나라에서나 널리 유행하는 노래들을 보면 가슴속에 있으되 채표출되지 못한 여러가지 정신들이 담겨져 있음을 엿볼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인의 정서가 가장 잘 배어있는 대중가요는 일제시대때의 일련의 노래들이 꼽힌다.
그때의 노래들을 부른 가수들 가운데 대표적인 사람이 72년 별세한 고복수씨다.
『타향살이』『짝사랑』『휘파람』등 그의 히트송들은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고향을 떠난 아픔 혹은 사랑의 형태로 나타나 한국인 모두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지난 85년 서울예술단의 평양공연때 남쪽의 가수들이 고복수씨의 노래를 비롯한 여러곡의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자 북쪽 사람들이 겉으로 내놓고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한결같이 감회에 젖는 모습이었다는 것도 그들 역시 어쩔수 없는 한민족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당정책가요」「로동가요」 등으로 구분되어 있던 북한의 가요가 서서히 변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 서울예술단의 평양공연 직후부터였다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이상할 것도 없고 우연의 일치도 아니다.
그무렵 북한사회에서 처음으로 크게 유행한 노래가 『흘러라 나의 정든 대동강』이었다.
이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김정구씨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과 흡사하다해 주목을 끌었었다.
어쨌거나 그로부터 북한의 대중가요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작년에는 록밴드 그룹인 「보천보 경음악단」이 한달간 일본 전국을 순회 공연하기에 이르렀다. 그 악단의 간판 스타가 북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금년 20세의 여가수 전혜영이다.
그녀가 18세때 부른 『휘파람』이라는 노래가 북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이더니 우리의 대학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짝사랑」을 내용으로한 디스코풍의 노래인데 노래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아무래도 우리의 지금 정서에는 맞지 않아 단순한 호기심인지도 모르겠다.<정규웅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