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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문제 있는 학생도 얼마든지 치료 가능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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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학생들에겐 감정을 발산하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의 연결망(네트워크)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킬러로 변하는 걸 막으려면 그들에게 그런 네트워크가 있는지를 학교와 가정이 파악해야 한다."

미국 전국 학교심리학자연맹(NASP) 부회장으로 학교 총격사건 분석 전문가인 테드 파인버그(사진) 박사는 22일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각급 학교와 가정이 조승희 사건의 교훈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만일 어떤 학생이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에게 말도 걸지 않고, 외톨이처럼 생활한다면 그 룸메이트와 다른 학생들에겐 위험신호(a red flag)가 켜진 것"이라며 "학교와 가정은 앞으로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승희가 왜 킬러로 변했다고 보나.

"그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다. 항상 소외돼 있었고 외톨이로 지냈다. 게다가 학교에서 놀림과 조롱을 받았다. 그건 그에게 모멸당하고 희생되고 있다는 비뚤어진 의식을 심어 줬을 것이다. 그게 쌓이다 어떤 한계점에 이르자 폭발해 버린 것이다."

-창작 시간에 조승희를 가르친 교수는 그를 위험한 인물로 봤는데 학교가 그의 문제를 소홀히 다룬 측면은 없나.

"그 교수가 잘 봤다. 대학 당국은 그의 우려에 좀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학생에겐 상담 거부의 권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 학교는 문제가 있는 학생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조승희에겐 자폐증세가 있었지만 가족은 정신과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치료를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가 치료받았다면 비극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어떤 학생이 정신적인 문제를 노출했을 때 적절한 의학적.심리학적 도움을 주면 문제가 악화하는 건 막을 수 있다. 학부모들은 전문가를 믿어야 한다. 학교에 전문가들이 있는 경우 그들은 학생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만일 학교에서 한 학생이 조승희처럼 외톨이로 지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학생을 학교와 가정에서 어떻게 보살펴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다. 학교나 가정, 그리고 교회 등 다른 기관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분노를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학교의 상담선생이나 부모.목사.친구 등 누구라도 문제 학생이 의지할 대상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학생이 신변 안전을 우려할 텐데 그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선생과 부모는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학교가 아주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어른들은 청소년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어떤 학생은 충격을 안으로 삭이면서 말없이 고통을 참아보려고 할 것이다. 그런 학생들에겐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보는 게 좋다. 학생들의 고민은 속으로 삭이는 것보다 외부로 드러내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 테드 파인버그 박사=학교폭력 문제 전문가. 1999년 4월 콜로라도주의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학교 측 요청으로 상담역을 맡았고, 사건의 조속한 수습에 기여했다. 뉴욕주 학교폭력 방지 태스크 포스팀에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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