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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실 캐내는 “족집게”/대전 서민주택연구소장 구본성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6백여곳 주민에 2백억 되찾아줘/토목공학박사 지식 활용/업자잘못 밝혀 서민보호/두번 구속당하고 교수·기초의원직도 상실
대전서민주택연구소장인 전한남대교수 구본성 박사(39)는 아파트부정·부실공사를 캐내 입주자들의 권익을 보호해주는,이를테면 아파트진단 「전문의」다.
아파트업자들 사이에 제1의 기피인물로 통하는 아파트 「소비자보호운동가」인 구박사는 전공이 토목공학인만큼 크고 작은 아파트의 하자에서부터 사업승인서와 다른 건축법 위반,교묘한 술수를 동원한 업자들의 사기성 부정에 이르기까지 아파트에 관련된 병(?)은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그는 이 분야에 투신한 이래 『전국 6백여 아파트입주주민을 도와 2백억원이상의 서민재산을 되찾아 주었다』고 말한다. 그가 공개하는 주요 실적만 훑어 보아도 88년 온천수가 나온다고 주민들을 속였던 포항반도온천아파트건을 맡아 가구당 8백만원 상당의 보상을 받도록 도와 주었고 포항중앙아파트는 가구당 5백만원씩,광주용봉아파트는 시가 1억원상당의 공용부지 5백13평을 되찾아주기도 했다.
또 대전시 대화동 소라아파트는 3억5천만원,경북 영일대성아파트는 3억원,포항점보맨션은 3억7천만원을 입주자들이 되돌려 받았다.
의사는 정확하게 진단만 해주고 치유는 환자 자신에게 맡기듯 구박사는 하자를 찾아내 입주자 스스로가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간혹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직접 나서 두차례 구속됐다가 풀려나기도 했고 수십차례 고발당해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아파트 소비자보호운동을 하다 직장도 잃었고 기초의원직도 제명처분을 받았습니다. 현재는 여러대학의 시간강사,잡지 등에 투고해 생활비를 벌면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수수료·용역비 등을 받으면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도 어긋나 처음 아파트 문제에 손을 댈때만해도 전혀 사례를 받지 않았지만 자비 충당이 어려워 요즘은 약간의 교통비 정도는 받는다. 구박사가 아파트 문제에 입문한 것은 88년 우연히 자신이 사는 대전시 중리동 주공아파트의 하자를 발견,주민대표를 맡으면서 부터.
교묘히 빠져나가려는 업자,행정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확인하면서 주민들과 시위를 벌였다가 28일간 구속돼 5년간 근무했던 한남대 교수직을 사임해야 했다. 지난해에는 중리동에서 전국 최다득표로 기초의원에 당선되었으나 아파트지역 15만볼트 고압선 철탑설치 반대시위로 일시 구속된후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의원직 제명처분을 당했다.
『대도시 주민의 절반 이상이 사는 공동주택들은 정부·주민들의 관심부족으로 엄청난 사회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눈덩이처럼 불어난 아파트신축으로 행정당국의 일손이 달리고 전문가마저 태부족해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어디부터 손을 대야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아파트문제 해결에는 적극적 태도·관심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하는 구박사는 주민들의 손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도 대부분 무관심속에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더구나 행정당국도 직접 이해당사자인 주민들에게 건축사업승인서·준공검사서·분양승인서·설계도면 등의 공개를 의도적으로 기피,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어렵사리 집을 마련한 서민들이 말 한마디 못하고 재산권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조합주택의 경우 조합원들의 무지·약점을 악용,건축업자들이 횡포를 부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그는 『공동주택은 그 자체가 세금·금융·건축·관리·행정이 움직이는 작은 사회임을 인식,주민들을 보호하는 보다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정책개선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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