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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안 대폭 수정 필요하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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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4일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골자는 인권보호적 측면에선 오히려 현행법보다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자아낸다.
그 첫째가 새로 마련된 긴급 구속장제도다. 이 제도는 임의동행이란 형식으로 사실상의 불법감금과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만을 감안할때는 구속에 검찰의 판단이 개재된다는 점에서 진일보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긴급구속을 일반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론으로는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약을 확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한 이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는 구속은 법원의 판단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되어 있는 헌법규정(제12조 3항)을 확대 해석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인 요소가 있으며 사법부의 권한에 대한 침해이기도 하다.
우리가 인권보호와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집행사이의 갈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도 특수한 경우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임의동행이란 형식의 불법적인 수사관행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특수한 경우에나 해당하는 긴급 체포권이나 사후영장제도를 일반화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법을 합법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도리가 없다.
피의자의 이익을 위해 마련된 임의동행제가 사실상 수사편의를 위해 악용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임의동행제는 하루빨리 폐지되는게 옳다. 그러나 이번 형사소송법개정안은 완전한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지도 않다. 그저 「긴급구속장」제로 불법수사나 불법감금이란 비난을 부분적으로 줄이려 할뿐이다.
구속장 제도를 도입하려면 그 발부는 검사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법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영장실질심사제의 도입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긴급구속이 일반화되고 나면 그 의의는 별로 없다. 영장실질심사제가 요청되어 온 것은 구속의 남발을 막기위한 것이었다. 구속은 먼저 해놓고 사후에 그 타당성 여부를 따진데서야 실질적으로 구속적부심 제도와 무엇이 얼마나 다를 것인가.
현실적으로 임의동행 형식의 연행과 수사의 문제점을 없애려면 변호사 접견·교통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임의동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묵비권이나 변호사 조력권,시간제한 등이 보장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피의자나 피고인의 대항권만 충분하다면 임의동행의 말썽소지는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구속수사 기간을 10일 연장한 것이나 재판기간을 늘린 것도 현행 법보다 후퇴한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는 구속수사시간이 2일 정도밖에 안된다. 수사능력 부족을 구속수사기간의 연장으로 메우려는 것은 시대조류에 맞지 않는다. 대법원·변협 등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이러한 점들이 충분히 재검토되어 개선된 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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