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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의 설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그대들은 도회지의 여우로 남아야하네
입술에 불을 키워 불을 댕긴 지팡이로
여우가 여우를 쫓는 그 길목을 가야하네
사람만 남겨두고 화장을 지워야하네
먼지까지 빡빡 지워 오늘을 털어 내고
엊그제 지난 신문으로 무심하게 서야하네
지우다 지우다가 지워지지 않을 때엔
얼굴을 뒤집어서 속 때까지 문지르고
주머니 그 속의 먼지까지 탈탈 털어 지워야하네
표정이 주인 없이 제 말을 지껄이거든
지금 막 꺼내본 제 몰골 마주하게나
비껴선 도회의 얼굴로 꿈틀대며 일어서게나
◇약력
▲92년 중앙일보신춘문예 시조「목수」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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