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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까워진 한·베트남(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우리나라와 베트남은 연내에 정식 수교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과도조치로 7월중에 연락대표부를 서울과 하노이에 상호설치키로 했다.
수교는 강제되거나 불평등관계에서 이뤄지지 않는 한 그 자체가 쌍방의 국가이익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국가관계다. 더구나 한·월양국이 한때 교전국이었다는 특수사정을 고려할때 이번 합의는 더욱 의미가 크다.
베트남은 외국의 식민통치를 받았고 2차대전후에는 이념적으로 분단되어 남북이 내전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 형편과 비슷하다. 역사적으로도 중화제국의 주변국가로서 중국으로부터 정치·군사·문화적인 영향을 크게 받은 공통점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전후 냉전구조속에서 한국은 5만명수준의 병력을 9년동안 월남전에 파병했고 75년 공산북부의 승리이후 우리와는 국교관계가 단절됐다. 이번 수교합의는 그후의 비정상 상태를 청산하고 새로운 협력관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교단절이후 17년간 양국은 서로 적성관계속에서 냉랭한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베트남은 사이공 함락때 철수하지 못했던 우리 공관원을 5년만에 송환했고,지난 2년간은 비공식 관계속에서 양국간에 상당한 규모의 인적·물적 교류가 있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국제관계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방화되면서 한·월양국의 국교 정상화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그러나 미·월간에 전쟁포로와 실종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고 한국군 참전문제를 둘러싼 사과·배상요구등 베트남측의 대한수교조건 때문에 양국 수교협상은 지연돼 왔다.
이제 냉전구조는 무너졌고 이념대결도 끝났다. 한·베트남 양국은 불행했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새로운 국제환경과 상호이익에 따라 현실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
베트남의 풍부한 자원과 값싼 노동력,그리고 전반적인 미개발상태는 우리의 공업·경영기술 및 자본과 보완관계에 있기 때문에 양국의 협력은 쌍방에 큰 이익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다. 우리 기업과 인원이 다수 그곳에 진출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었었고,귀중한 경험도 쌓았다. 우리의 산업화 과정에는 월남전 특수가 크게 도움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은 아시아공산권의 동남부를 형성하는 인도차이나의 중심국갇다. 베트남과의 관계개선으로 아직도 미수교상태에 있는 라오스·캄보디아등 인지반도 전체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우리외교망 확대에 도미노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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