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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강간 강 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김보은 사건」을 비롯한 근친강간사건이 최근 잇따라 법의 심판대에 오르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전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근친강간은 사건의 성격상 쉬쉬하며 덮어두고 방치해 두었던 게 그간의 한국 현실.
그러나 성폭행 가해자인의붓아버지를 남자친구와 살해,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줬던 김보은 사건을 비롯해 두 친딸을 초교5∼6학년 때부터 강간, 현재 서울 서부지원에 계류되어있는 사건, 그리고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둔 친딸을 9세 때부터 4년간 성폭행하고 구타해서 고발된 사건 등이 연이어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
특히 근친강간은 피해자가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는 어린 시절에 당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그 피해가 평생을 갈 만큼 지속적이며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사전예방과 사후의 사회적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근친강간이란 사회규범 적으로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가족 구성원간의 성 관계를 일컫는 말. 친부모를 비롯해, 삼촌·조부모·의붓아버지·오빠·형부·고모부 등 사촌이내의 가까운 친·인척이 포함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가 91년 한해동안 상담한 근친강간은 전체 강간상당 4백47건 중 20%를 차지하는 89건, 근친에 의한 성추행은 전체 1백13건 중 29·2%인 33건이나 된다. 이는 그나마 상담해온 경우로 감춰진 것까지 포함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상담소 측은 유추한다.
근친강간은 대체로 피해자와 가해자가 빈번한 대면이나 동거로 인해 피해가 지속적이며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 피해자가 죄의식 등 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된다는 점, 특히 아버지와 딸 사이의 강간은 7∼12세사춘기 이전 어린 시절 일어난다는 점등이 특징.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부녀간의 근친강간에서 가해자 아버지는 권위적·독선적·폭력적인 성격을 띤 경우가 많으며, 어린 시절 성적학대의 피해자거나 성인여성에게서 성적위협을 느껴 어린이에게서 성적쾌감을 느끼는 사교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때 어머니는 경제적· 감정적으로 의존적이며 남편과의 완충장치로 딸을 이용하며 근친강간에서 자기역할을 규명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이 손상된 물건이라는 의식을 갖고 죄의식과 두려움·우울증·수면방해 등의 증세를 보이는 수가 많다. 또한 성폭력사실을 말해 비난받거나 불신 당할 것을 두려워해 상당기간 발설하지 않는 수가 대부분.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피해자나 보호자가 신고해 상당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피난처, 피해자와 그 가족이 입은 정신적 고통을 치료하고 가해자를 교화할 사회기관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향락산업의 번창과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현상이 사라지고 도덕·윤리가 바로잡아질 때 이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문경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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