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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위,『분노의 왕국에 "주의"결정 움직임』 제작진·학계서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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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MBC-TV드라마 『분노의 왕국』의 일왕 저격기도 장면을 문제 삼아 방송위원회가 이 드라마에 대해 「주의」결정을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드라마 제작진·방송계·학계는 이에 대해 반발하는 등 『분노의 왕국』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있다.
방송위 연예오락심의위원회(위원장 이근삼 서강대 교수)는 15일 회의를 열어 이 드라마에 대해 「주의」결정을 했다.
연예오락심의위는『일왕의 즉위 축하퍼레이드를 담은 실제기록화면을 드라마 중간에 삽입, 저격기도 장면을 연출한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가상이 아닌 사실로 오인케 할 우려가 있다』며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7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 심의위원회는 이 같은 결정내용을 건의형식으로 방송위원회에 전달했고 방송위는 금명간 회의를 개최,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방송위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복합적인 견해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 관계자들은 MBC측이 TV드라마를 만들며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뉴스 자료화면을 심심찮게 사용, 물의를 일으킨다고 보고있다.
방송 중 도중하차한 드라마 『땅』에서도 국회 의사진행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쓰면서 정작 발언내용은 가상으로 꾸며보는 이들에게 혼란을 주었다고 얘기한다.
드라마 제작기법중의 하나로 자료 화면과 새로 제작한 화면을 섞어 넣는 몽타주기법을 활용한 것은 이해되나 자주 문제가 되는 MBC측의 이 같은 드라마 제작 방식을 차제에 짚고 넘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방송위는 문제발생의 소지가 있는 장면이 극 전개상 꼭 필요하다면 자료화면을 쓸게 아니라 방송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MBC측은 방송위의 이런 움직임이 부당하다며 반발하고있다.
이번 일로 한-일 양국간의 사이가 불편해지고 일부 물의를 빚은 측면도 있겠지만 이런 일시적인 현상을 잣대로 삼아 방송중인 드라마에「유죄판결」을 내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또 드라마 제작의 현실여건상 일왕의 즉위식 행렬 장면은 고증 등에 어려움이 있어 직접제작하기 힘들고 이 드라마의 상황 설정은 행렬 자체보다 저격행위에 무게중심이 두어졌음을 강조했다.
학계·방송계의 시각도 엇비슷하다. 양국의 외교마찰을 우려해 방송위가 사후 조율에 나서려는 인상이 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심의규정 적용도 보도방송의 기준을 끌어다 씀으로써 문제가 있다는 시각들이다. 심의위가 적용한 조항은 보도방송부문으로「방송은 진실을 왜곡하지 않고 사실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고 돼 있다.
고려대 원우현 교수(신문방송학과)는『방송위가 작품자체, 다시 말해 작품이 갖는 표현의 자유에 기준을 두고 심의했다기보다 정치적인 감각에 따른 사후 조율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예오락프로를 심의하면서 보도방송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둘러싼 양국간의 논쟁이 급기야 국내 방송계안팎의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어서 또 한차례『분노의 왕국』파문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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