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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희정'도…盧 '양날개' 꺾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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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의 양 날개로 불렸던 '좌(左) 희정-우(右) 광재'가 검찰의 사법처리 선상에 올랐다. 안희정씨는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을, 이광재씨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盧대통령의 소위 '386 출신'최측근이다.

安씨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기업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불법 자금을 모금하는 데 관여한 정황이 12일 포착됐다. 검찰은 썬앤문그룹 문병욱(구속)회장이 지난해 11월 이광재씨에게 건넨 1억원이 安씨에게로 넘어갔음이 확인되면서 이날 오후 安씨를 피내사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文씨의 돈을 포함해 그가 관여한 최소한 수억원대의 돈에 불법성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이후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그리고 盧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돈이 몰리는 과정에 깊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文씨의 돈 1억원을 李씨로부터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安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있다. 당(당시 민주당)에 접수된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安씨 또는 李씨가 모금된 돈의 일부를 개인 용도로 은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현재로서는 安씨의 사법처리가 유력한 상태다. 安씨는 지난 4월에도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었다. 나라종금 대주주인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 측이 준 2억원을 포함해 3억9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였다. 그러나 법원은 그 정도 액수로 정치자금법을 적용해 구속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었다. 만약 이번에 검찰이 다시 영장을 청구한다면 세번째 구속 위기를 맞는 셈이다.

이광재씨에 대해서는 일단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당초 文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李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安씨가 검찰에서 李씨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하면서 李씨를 귀가시킨 뒤 다시 불러 조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김성래(구속) 전 썬앤문 그룹 부회장에게서 5백만원을 받은 혐의와 지난 10월 청와대 비서실 국감에서 이와 관련해 위증을 한 혐의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이날 李씨를 정치자금법 위반과 위증 혐의로 입건하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았다.

검찰은 安씨와 李씨의 대질 등을 통해 썬앤문 불법 자금 1억원의 행방, 그리고 安씨가 관여한 모금 과정에 李씨가 참여했는지를 계속 추궁할 계획이다. 만약 이들이 盧후보의 공식 선거자금 창구와 별도로 모금 창구를 운영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해진다.

이날 오후 6시 대검청사에 도착한 안희정씨는 "벌써 세번째 소환이라 힘들다"며 지친 표정을 지었다.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돈을 받았나""영수증 처리가 됐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발 편안하게 들어가게 해달라.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담담하게 조사실로 향했다.

"내일.모레면 (대선) 1년이다. 지난 12월의 영광을 긍지로 삼겠다. 잘못과 허물은 반성하겠다"는 말도 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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