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모국방 이상 개입확실/관계인들 증언/안두희 진술은 대부분 거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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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계획된 조직범죄」 윤곽 드러나/대통령 사전개입 여부가 관건/“포병사령관이 안에 거사자금 지원”
43년만에 백범 암살의 진상을 털어놓는 듯했던 안두희씨의 증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또 한차례의 사건 은폐 시도」라는 심증이 짙어지고 있으나 그의 증언을 계기로 다시 확인되거나 발굴된 관련자들의 진술·자료 등을 통해 사건은 「치밀히 계획된 조직범죄」며 그 배후는 권력의 핵심부임이 뚜렷해지고 있다.<관계기사 20,22면>
현재까지 나온 증언·자료 등을 종합하면 범인 안씨가 소속됐던 포병사령부가 암살 실행을 주도했고 사후 헌병사령부가 사건 수사를 맡아 「한독당 내분으로 비롯된 안씨의 단독 범행」으로 진실을 왜곡,조작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안씨의 배후가 적어도 신성모 당시 국방부장관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추정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사후 사건은폐·조작과정에서 검찰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최대교 당시 서울검사장의 증언에서 드러나 백범 암살이 당시 이박사 주변 인물들에 의해 저질러진 정치 음모극이라는 심증이 더욱 분명해졌다.
◇계획 범행=범인 안씨와 육사특8기 동기생으로 포병사령부에 함께 근무했던 정관일씨(71)는 15일 『안씨가 당시 장은산 포병사령관의 지시로 암살을 위한 사격훈련을 했으며 거사자금까지 수시로 받아썼다』고 증언했다.
이같은 증언은 안씨와 절친한 사이로 안씨를 한독당 조직부장 김학규씨에게 소개,당원으로 가입할 수 있게 했던 서북청년단 단원 홍종만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증언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이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장포병사령관은 포병사령관부 소속 서청단원인 위관장교·하사관 중에서 안씨를 포함한 「행동대」를 선발,49년 6월 세차례 범행을 시도한 끝에 26일 안씨가 단독으로 접근,범행했다. 장사령관은 사건전 경교장에서 멀지않은 서울대병원에 입원,「작전」을 지휘했으며 나중에 이같은 사실을 술자리 등에서 말하고 다니다 특무대장 김창룡에 의해 군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고 가족들에겐 자살로 통보됐다는 것이다.
또 사건직후 현장에서 가까운 서대문경찰서 경찰관들이 출동하기 앞서 헌병대가 출동해 검찰 등의 현장접근을 막고 안씨를 연행,수사를 전담하면서 안씨를 「특별대접」했다.
◇배후=이같은 범행­사건처리 과정으로 볼때 사건의 배후는 포병·헌병 두 부대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채병덕 육군참모총장­신성모 국방부장관선까지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게 학자들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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