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빚 탕감 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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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프랑스.독일 등 반전을 주도한 국가들에 이라크 채무를 탕감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무회의를 마친 뒤 "각국이 이라크의 부채를 탕감해준다면 이라크 재건 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은 이를 감사할 것"이라며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을 특사로 임명, 각국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미군과 이라크전 참전국 군인들은 생명을 걸고 싸웠다"면서 "이라크 재건사업 입찰 계약에 이를 반영할 것이며 반전국을 입찰에서 제외시킨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반전국들이 이라크 재건에 기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부채를 재조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프랑스.독일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라크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편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빌린 돈으로 궁전과 고문실을 짓고 국민에게 잔혹 행위를 한 사담 후세인 정권의 빚을 이라크 국민이 짊어져선 안 된다"면서 "그러나 러시아 등이 이라크 채무를 탕감해준다면 1백86억달러(약 22조3천억원)에 달하는 재건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프랑스.독일 등 반전국뿐 아니라 영국.이탈리아에 진 이라크의 빚은 모두 1백2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도 12억~13억달러의 채권이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채권국들은 "이라크 산유시설이 복구되면 석유수출 대금으로 충분히 채무 변제가 가능하며 부채 탕감 문제는 '유엔 차원의 결의 혹은 조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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