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누구도 끝내 인도를 꺾지 못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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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인도에 미치다 이옥순 지음, 김영사, 244쪽, 9900원

요가와 명상, 각종 종교의 발원지로 대표되는 정신적 부국이지만 철저한 신분제인 카스트제도 때문에 빈곤을 면치 못하는, 흰 소가 길거리를 턱 막고 있는 느릿느릿한 나라….

인도는 세계인에게 오랫동안 이런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인도가 순식간에 IT 강국에 주식 투자처로 떠오르는 게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도가 세계인에게 경제적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깊고 튼실한 역사적 뿌리를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인도 침략사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물질적.정신적 노다지를 캐기 위해 인도를 향했던 정복자들의 역사다.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부터 이슬람 세력,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회사 등이 인도를 향해 달려갔다. 수천 년에 걸쳐 이민족의 침입을 받는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한 이유는 인도가 갖고 있는 엄청난 부 때문이었단다. 인도를 잿더미로 만들고 엄청난 금은보화를 약탈해간 침입자들이 그 부를 토대로 자신의 나라에 새로운 도시를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온통 뺏기고도 또 뺏길 게 있을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인도는 '황금의 화수분'같은 나라였다. 그러나 영국의 식민지가 된 이후엔 끊임없는 빈곤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영국은 자국의 면직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급 직물 생산하던 인도 숙련공의 엄지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잔인한 지배자였단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십 차례 인도를 침략했던 아프가니스탄은 그 많은 부를 약탈하고도 세계 최빈국으로 몰락했고, 인도는 질긴 생명력에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 역시 외세 침략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던 우리 나라의 역사에도 투영해볼 수 있을까. 끊임없는 수탈에도 살아남은 역사적 경험이 미래의 성장성을 담보하는 경쟁력이 된, 아이러니한 세계사다.

책에는 구법승 혜초, 록밴드 비틀스 등 인도의 '정신의 황금'을 찾아나선 이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 형태는 다소 달라졌지만 정신적.물질적 황금을 캐기 위한 세계인의 인도행 '골드 러시'는 앞으로도 계속되지 않을까.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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