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으로 두 말' 靑 코미디 경제논리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의 경제관을 서로 모순된 논리로 비판, 일관된 경제논리 없이 필요에 따라 청와대 주장만을 합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외국인 투자 유치론'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가 문제가 아니라 내수 부진과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라고 비판하고 심 의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대량실업 발생' 주장에 대해서는 "한미FTA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하는 식이다.

청와대는 20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경제는 정치적 선동의 소재가 아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외국인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경제관을 "70년대식 개발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낡은 경제관"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지난 19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4·25 재보선 지원 거리유세에서 "정부가 전 세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가 생겨서 인재들이 몰려들어 경제가 성장하면 그게 돈 버는 정부"라고 말한데 대한 비판이다.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경제관에 대해 "지금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국내외의 투자자금이 넘쳐나고 있다"며 "문제는 국내 서비스산업 등의 침체로 경제의 내수기반이 취약하고 이에 따라 기업과 자본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투자자금이 넘쳐나고 있어도 투자처가 없는 것이 문제'이며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외국인 투자 유치→일자리 확대론'은 '내수 부진과 '고용없는 성장'이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반면 청와대는 한미FTA로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심상정 의원에 대해서는 "한미FTA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직접투자도 고용창출 효과를 가지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가 일자리를 증가시킨다는 논리를 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기회'란 제목의 글에서 "2000년부터 5년 동안 만들어진 국내 일자리 53만개(전체의 20%)는 외국인 투자기업에서 창출된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의 증거를 댔다.

특히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기업은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기술이전은 우리 경제의 '넛크래커론' 혹은 '샌드위치론'의 우려를 잠재우고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며 직접투자의 고용 유발 효과뿐 아니라 기술이전 효과도 적극 추켜세웠다.

'외국인 투자를 늘려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나 가능한 낡은 경제관"이라며 외국인 투자의 효과를 깎아 내리고 '한미FTA로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심 의원에 대해서는 "한미FTA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의 효과를 추켜 세우며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식이다.

참여정부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2개의 경체관인 '좌파'와 '신자유주의'를 합한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정부의 이같은 모순된 비판논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