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침대 과학 예술 가구에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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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에이스침대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국제 가구박람회'에 진출했다. 이탈리아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등 10여 년 동안 문을 두드린 끝에 올해 처음으로 입성하게 됐다. 이 행사에 개별 부스를 얻으려고 대기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탈리아 안팎에서 800여개사. 문턱이 높기로 유명한 박람회에서 명품 침대로 개발한 '필로우'를 전시 중이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유럽 가구업계의 고품질화 경향이 뚜렷한 이번 대회에서 수백만원대의 중고가 국산 침대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2005년 9월 에이스자나라는 밀라노 법인을 세워 현지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10종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침대는 과학'임을 앞세우는 에이스침대가 '가구는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이탈리아에서 성공하는 비법을 현지 디자이너에게서 찾은 것이다. 에이스자나는 이미 이탈리아 현지에 90개 대리점을 확보해 본격 사업 원년인 올해 매출 150만 유로(20억원)를 기대한다.

이번 행사에서 엿본 유럽 패션가구의 올해 트렌드는 역설적이게도 '노 트렌드(No Trend)'다. 디자인-건축-가구-패션 산업의 영역 구분이 모호해지고 워낙 이채로운 디자이너 실험이 횡행해 트렌드의 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지 종합가구업체인 미노티(Minotti)의 로베르토 미노티 사장은 "이탈리아 가구의 선도 업체들은 일률적인 재료나 디자인 소재에서 벗어나 무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굳이 특징을 찾는다면 고품질화 경향이다. 또 정통 클래식 제품의 경우 현대적 문양이나 화려한 색상을 과감히 도입하는 추세였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는 독일 쾰른 박람회와 쌍벽을 이루지만 권위와 규모 면에서 우위라는 평가다. 46번째인 올해 행사에는 조명 업종을 포함해 2152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편 에이스침대 안 사장은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 황해도 사리원 6만6000㎡ 부지에 종합 가구공장을 연내 착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리원은 안 사장의 부친인 안유수(77) 에이스침대 창업자의 고향이다. 안 사장은 북한에서 생산해 지린(吉林)성 등 중국 동북 3성 지역에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밀라노=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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