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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요저널|이혼하지 않는 여자, 걸어서 하늘까지 감성영화 뜨거운 맞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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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잔잔한 감성영화의 대표주자인 곽지균 감독과 곽 감독 밑에서 수업, 그의 색깔을 물려받은 장현수 감독이 나란히 신작(장 감독의 경우 데뷔작)을 완성,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곽 감독은 고두심·박상민을 내세워『이혼하지 않은 여자』를, 장 감독은 정보석·강석우·배종옥을 기용해『걸어서 하늘까지』를 이 달 중순 지나 개봉한다.
외형상으론 사제간에 작품·흥행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는데 두 사람의 정이 보통 돈독하지 않아 영화계는 둘 다 이겼으면 한다.
39세, 33세의 미혼인 두 사람은 영화작업을 같이 함은 물론 사는 곳도 서울 상계동 아파트단지에서 이웃할 정도로 가깝다.
장 감독은 과거 곽 감독이『그후로도 오랫동안』『젊은 날의 초상』등을 연출할 때 각본을 쓰고 조감독으로 애를 썼다.
이번 장 감독의『걸어서 하늘까지』에서는 곽 감독이 제자의 분가를 기념, 각본을 썼다. 이 영화로 두 사람은 올 대종상에서 신인감독 상·각색 상을 수상했다.
때문에 같은 시기에 맞붙은 두 사람의 대결을 보는 영화계는 한편으론 경사스럽게 생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게 여기고 있다.
『이혼하지 않은 여자』는 데뷔작『겨울나그네』이후 곽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다.
만능탤런트 고두심이 영화배우로서도 성공을 다짐하며 출연했고『장군의 아들』에서 야성미를 과시했던 박상민이 시한부 삶을 사는 우울한 음악도 역을 맡아 변신을 시도했다.
『이혼…』는 자아상실감에 빠져든 중산층 중년부인과 죽음을 기다리는 청년간의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상처받은 인간관계의 교감을 회복하자는 영화다.
말하자면 극한의 슬픔을 함께 나눌 때 고통이 사라지고 자아상실의위기도 넘길 수 있다는 것인데 곽 감독은『일상에 시든 여성들이 이 영화를 통해 감성의 전환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두심·박상민이라는 이색콤비의 연기경쟁도 관심을 끈다.
그래도 세상사를 달착지근한 감성으로 파악하는데 주력하는 것은 곽 감독이 뚫어내야 할 한계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오고 영화아카데미1기로 기초를 닦은 장 감독의『걸어서 하늘까지』는 문순대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거리를 떠도는 소매치기 남녀의 막막한 삶과 그러한 생활을 극복해내려는 의지와 좌절,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그린 영화다.
박상민이『이혼‥』에서 조용한 청년으로 변신한 것과는 반대로『걸어서…』에서는 지적인 연기를 보여온 정보석이 거친 부랑아 변신한 것이 구경거리다. 또 새침한 모습의 배종옥이 역시 소매치기 역을 맡아 뛰는 것도 관심거리다.<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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