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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렁탕집』(서울 여의도)-최몽룡<서울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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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가 여의도에 이사를 온 이후 줄곧 이용하여 이제 햇수로 12년이 된 단골 술집이 하나 있다. 여의도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관인 문예극장이 있는 우정상가 1층(전화780-8858)구석에 자리한 서글렁탕집이 바로 그것이다.
이름부터가 설렁탕의 애교있는 변형인 서글렁탕집이라 재미가 있어 누구나 한번 들으면 여간해서는 잊어버리지 않으므로 약속장소로 그만이다. 8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의자 32개를 늘어놓아 지나다닐 틈도 없는 조그마한 목로주점 내지는 선술집인 이곳에서는 아침·점심으로 설렁탕(3천원)·해장국(2천원)등 간단한 요기가 가능하다. 주당들을 유혹하는 황혼이 되면 술안주로 간단히 구워 먹을 수 있는 콩팥·염통·삼겹살(각1인분 4천5백원)과 등심(1인분 8천원)등을 청할수있다. 이집은 뽀얀 진국의 설렁탕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간장에 후추·마늘·양파·흑설탕·고춧가루 등을 듬뿍 넣은 양념장은 이 집만의 독특한 특징이다. 여기에 고기를 담갔다가 금방 피워 온 숯불에 구워 먹으면 맛이 독특해 어떻게 없어지는 줄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방을 다 빼앗기고 집에서 나만의 공간을 찾기 어려운 나는 일찍부터 이 집을 응접실로 삼아오고 있다. 그래서 이집은 자연스럽게 많은 술친구·선후배·제자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이 되었고, 저녁 무렵 나를 찾는 사람들은 이곳으로 전화를 걸어보는 것이 불문율(?)이 되다시피 했다. 학회운영위원 모임도 당연치 이곳이고, 또 학술 대회가 끝나면 이곳을 몽땅 빌려 조촐한 연회장소로 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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