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만 집착… 일의 억지논리/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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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은 자위대 해외파병을 골자로 한 유엔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안을 놓고 긴 진통을 겪고있다. 미야자와(궁택)총리의 자민당은 사회·공명·민사 등 야당 반대에 맞서 『이번 국회에서 이 법안이 성립되지 않으면 중의원 해산도 생각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고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도적 견지에서 캄보디아 국민의 고난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경제대국의 책무를 내세워 PKO 참여를 주장해온 일본이지만 이처럼 끈질긴 집착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보고있노라면 과연 법안 진의가 무엇인가에 의구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일본이 세계평화의 선의를 빌미로 내세워 실제로는 정치대국화의 야심을 키우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지않을 수 없다. 최근 일 아사히(조일)신문 마저도 사설을 통해 「자위대를 배제한 일본의 PKO 참여」를 주장한바 있다.
자위대가 아니면 PKO를 하기 어렵다는 일정부 논리에는 너무나 모순이 많다. 미야자와 총리도 총리가 되기전 언젠가 주장했던 자위대와는 별도조직의 국제공무원안도 국제협력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사설에서 제의한 비군사요원 협력단안도 자위대 없이 PKO를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바람직한 방책이라 생각된다.
이 제안은 의료·건설·수송·통신,그리고 선거대책 등 캄보디아 부흥에 긴급을 요하는 사안에 자위대가 아닌 별도의 팀을 만들되 대원으로는 정부나 자치체 등 공적기관 관계자를 주로하고 일반인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역설한 일본정부의 말을 종합해 보면 PKO는 전문성을 요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훈련된 자위대원을 보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는 세계경제를 주름잡고 있는 일본 민간인들의 역량을 무시한 발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자위대를 해외로 내보내기 위한 억지논리임을 의심치 않을 수 있다.
PKO에는 여러분야가 있으나 일본에서는 유난히 군인이 활약하는 임무만이 강조된 듯 하다.
그러나 나라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특성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바람직 하다는 것이 아사히의 주장이다.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이 그 방면의 전문가를 파견하면 모든 나라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란 사실을 일본정부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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