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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기 살린 '시민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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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기도 남양주시 박광겸(48) 상하수도사업소 업무과장은 몇 년 전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2002년과 2006년 시청 공무원들이 선정한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공무원'으로 두 차례나 선정된 바 있는 그는 1년4개월간 한 지역의 면장으로 근무했다. 해당 지역은 팔당상수원 보호구역 주변으로 주민지원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면장은 마을회관 건립에서부터 유기질 비료구입비 지원, 장학금 지원, 생활용품 구입비 지원 등의 업무를 한다.

그는 업무 과정에서 안면이나 지연.학연.혈연 등을 내세우며 정부 지원금을 더 받아내려는 청탁을 모두 거절했다. 대신 규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예산 집행을 하는 데만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일부 주민이 "면장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 면장을 바꿔 달라"는 민원을 냈다. 이러던 그가 이제 과거의 근거없는 오해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는 남양주시민으로 구성된 '풀뿌리공무원 헹가래 운동본부'로부터 14일 대상을 받았다. 상금 1000만원에다 시민들로부터 힘찬 '헹가래'까지 받았다.

박 과장은 "남양주가 고장인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렴 사상과 목민 사상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며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성실한 자세로 남양주 시민들을 섬기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민들의 힘으로 공무원에게 칭찬과 격려를 보내 풀뿌리 공직사회를 일하는 분위기로 바꾸는 시민운동이 남양주시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남양주시민 300여 명은 이 같은 목적으로 지난해 4월 모임을 만들었다.

가곡 '비목'의 작사가 한명희(68.전 국립국악원장)씨, 육군 정훈감 출신의 배영복(66.예비역 준장)씨, 박복식(74.전 남양주시의회 의장)씨 등 공동대표 세 명이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이들은 정의(正義)롭고, 정직(正直)하며 정도(正道)를 지키는 남양주시 '3정(三正) 공무원'을 찾아내 칭찬하고 공무원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로 행사를 열었다.

이를 위해 시민과 공무원 등으로부터 모범 공무원 10여 명을 추천받아 공적 심사 및 현장 조사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했다. 시상금 1400만원은 회원들의 성금과 독지가의 도움으로 마련했다.

운동본부 측은 또 시상식에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직을 수행한 공로로 송영모(50) 시 총무과장과 김혜랑(46.여) 시 세무과 주택평가팀장에게도 각각 시민갈채 목민관상(상금 200만원)을 수여했다. 올해부터는 청백리 사례와 향토 소식 등을 담은 뉴스레터를 발간하고 매달 모범 공무원을 칭찬할 예정이다.

한명희 공동대표는 "지금까지의 시민운동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는 네거티브 방식이었다면 헹가래 운동은 공무원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라며 "앞으로 이 시민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돼 공직사회가 보다 건강하게 발전해 가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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