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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 간첩 행위 … 엄벌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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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심회'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장민호(45)씨에게 징역 9년에 추징금 1900만원이 선고됐다. 함께 기소된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이정훈(44)씨와 손정목(43)씨는 각각 징역 6년, 이진강(44)씨는 징역 5년, 최기영(40) 민노당 전 사무부총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들 모두에게는 징역형과 같은 기간의 자격정지형이 함께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는 16일 이 사건 선고 공판에서 ▶장씨 등의 국가기밀 수집.전달 혐의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회합.통신한 혐의 ▶피고인 상호 간에 회합한 혐의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 등에 대해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들을 '반국가단체로부터 지령을 받은 자'라고 표현하며 사실상 간첩으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장씨 등은 국내 정치.군사 동향, 정당 내부자료 등을 수집해 북한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국내 인사들에게 접근하는 등 조직 확대를 위해 노력해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장씨 등이 구성한 일심회는 이적단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심회 구성원들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위해 활동한 이적행위는 인정되지만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해당하는 '일정한 위계 및 체계를 갖춘 결합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장씨가 북한에 전달한 총 56항목의 보고서 가운데 21항목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35항목에 대해서는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민노당 중앙당 동향 및 당면 과제, 재창당 사업계획 등은 국가기밀로 분류했다.

하지만 인터넷 등에 올라왔던 민노당의 17대 총선 평가와 장씨가 개인적 의견을 서술한 문건 등은 '기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심회 사건 피고인 5명이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징역 9~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왼쪽에서부터 장민호·손정목·이정훈·이진강·최기영씨 등이 차례로 서 있다. 재판정에서는 사진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 본사 화백이 직접 들어가 스케치를 했다.그림=김회룡 화백

◆ 이적단체 무죄 논란=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민호씨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일종의 '사회적 결합체'를 결성한 뒤 북한에 기밀을 전달하는 등 이적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단체성'을 갖췄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그 이유로 ▶최초 구성원이 4명에 불과하고 ▶조직 결성식도 없이 개별적으로 활동했고 ▶자체 강령.규율이 없었으며 ▶피고인들 서로가 조직 구성원인지를 몰랐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는 "대법원 판례는 2인 이상이면 (국가보안법상) 단체로서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최초의 일심회 구성원이 4명에 불과해 '단체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재판부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임수빈 대검 공안1과장도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는 철저한 비밀 점조직으로 이뤄져 조직폭력단 같은 일반 범죄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여러 명이 모여 간첩활동을 한 혐의가 인정된 이상 이적단체 구성죄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김종문.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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