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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비즈] 전경련 '경기고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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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조석래 효성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장에 취임한 지 한달 가까이 됐다. '조 회장의 사람'들이 이 경제단체의 전면에 대거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 조 회장과 같은 경기고 출신들이라 재계에서는 "전경련을 경기고가 이끌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전경련 주요 인사에 오른 이승철 전무와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이 경기고를 나왔다. 조 회장의 오랜 지기(知己)로 전경련 업무를 자문하는 이경훈 전 대우 회장과 김진현 효성 고문도 경기고 동창이다. 전경련을 움직이는 회장단들도 경기고 출신이 절반 이상이다. 공석인 전경련 상근 부회장 직을 제외하면 20명의 회장단 멤버 중 경기고 출신이 11명이다. 조 회장이 우여곡절 끝에 전경련 회장에 오른 데는 경기고 학맥이 크게 기여했다.

조 회장은 1990년대 중반 4년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맡았다. 당시 그가 가장 아꼈던 학자가 이승철.공병호 연구위원이었다. 철저한 시장경제 신봉자인데다 반(反)시장주의자들과 맞서 싸우는 '투사'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취임할 때 '이승철 중용론'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공병호(47) 현 공병호경영연구소장은 전경련을 일찌감치 떠났지만, 이승철씨(48)는 전경련 상무로 있다가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장으로 전격 발탁된 김종석(52) 홍익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데다 우익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 있으면서 조 회장과 연을 맺었다. 이경훈(72) 전 ㈜대우 회장은 조 회장의 경기고 동기 동창(51년 입학)이다.

조 회장이 한국 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미 재계회의의 위원인 그는 능통한 영어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 경기고 동창인 김진현 효성 고문(72)도 오래전부터 조 회장의 국제 관련 업무를 돕고 있다. 경기고 졸업 후 미국 유학을 한 그는 현지 미국 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90년대 중반 귀국했다. 한.미 재계회의 등 조 회장이 주재하는 중요한 국제회의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영어 연설문 작성이나 외국 인사 접대, 일정 조정 등이 그의 몫이다. 조 회장은 51년 경기고에 입학했지만 졸업하지 않았다. 재학중인 52년 일본의 명문인 히비야(日比谷)고교로 유학 가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이런 인적 구성으로 미뤄 전경련의 대 정부 관계가 전임 강신호 회장 때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 스스로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인데다 전면에 포진한 이승철 전무와 김종석 원장의 캐릭터가 강성인 때문이다. 대(對)국민 설득에도 큰 비중을 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에게 비전을 주는 재계가 돼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한경연이 지난해부터 만들고 있던 대통령 선거 관련 보고서를 조 회장이 전면 수정토록 지시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한경연은 당초 대선 후보들이 참조할 만한 정책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조 회장은 사나흘에 걸쳐 보고를 받은 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비전 중심으로 ▶국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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