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전야까지 금품살포 시비/민병관 기동취재반(총선 현장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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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총선 전야인 23일 오후. 5명의 후보가 출마한 경남 진주시에서는 선거사무실마다 긴박감이 흐르고 있었다.
전화벨소리가 쉴새없이 이어졌고 사무장등 참모진은 마지막 득표전략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사무실마다 자극적인 문구로 채색된,아직 잉크냄새가 마르지 않은 새로 만든 팸플릿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운동원들이 연신 들락날락하며 이 유인물들을 어디론가 들고 나갔다.
각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이날의 가장 중요한 일은 상대방 진영의 동향감시.
이를 위해 적게는 수십명에서 최대 3백명까지의 감시반(특공대)을 편성,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있었다.
걸려오는 전화도 대부분 이들 특공대들의 상황보고.
『우리 특공대가 주부 3명이 봉투를 돌리는 현장을 잡았습니다. 모당의 운동원으로 신분이 밝혀졌는데도 표찍으라고 돈을 준것이 아니라니 말이 됩니까.』
특공대의 「활약상」을 목소리 높여 소개하던 한 사무실에서는 『이날 새벽 4시쯤 길거리마다 뿌려져있는 것을 주워왔다』며 라면박스 4∼5개 분량의 유인물을 보여주기도 했다.
출처없이 「부산시민이 경남 도민에게 드리는 글」이라고만 돼있는 이 유인물은 누구를 비방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지역감정을 부추기면서 특정후보를 찍을 것을 주장한 소위 「흑색선전」 유인물이었다.
『××당이라지만 우리만큼 가난한 곳도 없을 겁니다. 모후보측은 얼마나 다급했는지 부인이 직접 봉투를 돌리더군요.』
또다른 후보의 사무실에서는 앞선 후보측의 주장을 모두 부인하면서 오히려 『그쪽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반론을 들고 나왔다.
도대체 어느쪽의 말이 옳고 그른지를 분간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혼돈속에 애꿎은 선관위 직원들은 투·개표 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지난 사흘동안 다섯차례나 금품살포 제보에 따른 긴급 출동을 해야 했다.
마치 서부활극을 연상케한 총선전야를 지켜보면서 패배한 후보들이 쉽게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소송 등으로 이어질 새로운 선거후유증이 심각할 것으로 느껴졌다.<진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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