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는 일이 주도” 신호탄/일본의 「캄」분쟁 개입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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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 걸맞게 「정치무대」 복귀/한국등 주변국들 군사대국화 우려
일본 TV방송들은 요즘 유엔 캄보디아 과도행정기구(UNTAC) 대표가 지난 15일 오후 특별기편으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도착하는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고 있다.
UNTAC 대표는 일본인 아카시 야스시(명석강·61). 일본인이 사상 최초로 국제분쟁지역에서 유엔의 최고 책임자로 부임하는 광경이다.
국제외교무대에 일본이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동경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은 캄보디아분쟁 해결을 일본의 「간판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이제 아시아문제는 일본이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한다.
아카시 대표는 일본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유엔관료로 지난 79년부터 유엔사무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사무차장중 그가 UNTAC 대표로 임명된 것은 그가 아시아인인데다 일본의 치열한 로비활동과 자금지원에 대한 고려 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의 다음 목표는 자위대의 해외파병이다. 일본정부는 16일 유엔평화유지활동(PKO) 법안이 중의원만 통과했을 뿐 아직 참의원을 통과하지 않았는데도 육상자위대내에 「국제공헌팀」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이 조직은 PKO법안 통과를 전제로 자위대파견을 준비하는 연구조사팀이다.
일본이 캄보디아분쟁 해결에 이처럼 적극적인 것은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세력으로 복귀할 것을 결정,이곳을 첫 무대로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걸프전때 일본은 돈은 돈대로 내고 미국으로부터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1백30억달러라는 거액의 전비를 내고도 고맙다는 소리도 못들었다. 인적공헌,즉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고 비난을 들어야 했다. 일본은 미국이 만들어준 이른바 평화헌법을 고치지 않고는 해외에 군대를 파견할 수 없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국이 그같이 나온 것은 결국 돈을 더 후려내기 위한 것이었다고 일본은 보고 있다.
일본은 이를 계기로 자위대해외파견을 실현,「힘의 외교」를 펼 궁리를 하고있다.
한국을 비롯,아시아의 모든 나라와 미국은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도 일본이 유엔평화유지활동을 명분으로 내걸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까지 반대만 할 수도 없다.
일본이 캄보디아분쟁 해결에 적극적인 것은 바로 이를 노린 것이다.
우선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실현하고,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간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 경제력 뿐인 절름발이 대국에서 군사적 실력까지 갖추려는 일본의 등장을 주변국가들,특히 과거 일본의 식민지통치를 경험한 우리로선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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