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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시인 분단의 아픔 그린 『생명의 노래』 펴내|자신의 시작 생활·문단에 대한 회의 쓴 후기 "눈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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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노 시인 김규동씨 (67)가 신작 시집 『생명의 노래』를 펴냈다 (한길사간).
48년 두만강변 고향 함북 경성을 등지고 단신으로 월남한 김씨는 68편의 시가 실린 이 시집에서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를 통한 통일의 간절함과 그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체제의 모순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러한 김씨의 시들을 문학 평론가 김병걸씨는 『분단의 비인간화를 극복하는 통일의 노래』라 평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시집 후기와 『한길문학』 봄호에 실린 「남기고 싶은 이야기」에서 45년간의 시작 생활과 분단 문학에 철저하게 회의를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내가 무슨 혁명가요, 영웅이라고 정든 고향 산천과 따뜻한 가족의 품을 박차고 나와 야밤에 먹이를 찾는 짐승처럼 들가를 부지런히 헤매야 하겠는가. 문학을 한다고 집요하게 스스로를 지키며 독불장군처럼 행세하는 동안에 어느덧 마음은 메말라 가랑잎 소리조차 아니 나고…인정도 없고, 착한 마음도 없다. 거짓된 40년, 헛 살아온 40년』이라며 자신의 삶과 시에 지독한 회의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이어『문학이 도대체 무엇이냐. 이름 석자 내는 것이 문학이냐. 남이야 죽든지 살든지 이것이야말로 진짜다 소리치며, 오직 내 책 찍어내기에 혈안이 되는 것이 문학이냐. 무식한 무당이 주문 욀 때도 조리와 눈치는 있었다.
문학이 어쩌면 이처럼 더럽고 악착스런 이기심과 증오로 변했단 말인가』라며 작금의 문학과 문인을 비판했다.
김씨는 또 『대한민국에는 우리 밖에 없다며 잡지란 잡지를 모조리 보잘 것 없는 동인지로 만들어버린 옹졸한 작가들을 한강에다 처박아 버려야겠다』며 문단 전체를 거칠게 비난했다.
김씨는 끝으로 『통일, 통일이 왜 이다지도 늦어지고 하염없는 것인가』고 물으며 『통일이 없으니 나라와 인륜 도덕도 이골이요, 문학이며 예술도 이같이 왜소하고 참담한 꼴이 됐다』고 밝혔다.
48년 『예술 조선』을 통해 문단에 나온 김씨는 초기 모더니즘 계열의 시를 쓰다 70년대 이후 민주화 운동 등에 가담하며 참여시를 계속 발표해 왔으며 현재는 참여 문학 단체인 민족 문학 작가회의 고문으로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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