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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형(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눈에는 눈」「귀에는 귀」하는 식의 철저한 보복주의로 유명한 회교형법은 특히 성문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혼자는 투석형,미혼자나 이혼자는 채찍형. 남자는 허리까지,여자는 가슴까지 던진 돌에 파묻혀 죽을 때까지 돌을 던진다. 비회교도 남자가 회교도 여자와 교제하면 사형. 호모도 사형. 레즈비언은 채찍형.
고대 중국에도 이 회교형법 못지않은 형벌이 있었다. 사형·궁형·직형(월형)·의형·경형 이라는 오형이 그것이다. 좀 잔인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경형은 얼굴과 팔뚝 같은 살갗을 따고 흠을 내 죄명을 집어넣는 일종의 문신같은 것이다. 의형은 코를 베는 것이고,월형은 발뒤꿈치를 자르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한게 궁형. 일명 부형 이라고도 하는 이 형벌은 남자에게는 거세,여자에게는 치부를 폐쇄함으로써 자손의 생산을 막는 것이다. 고대 왕궁에서는 이 궁형에 처한 남자들을 불러들여 대소 잡무를 보게했는데 이것이 바로 환관의 시초다.
이 궁형은 성범죄 뿐만 아니라 대역죄 같은 정치범에도 해당되었다. 유명한 『사기』를 남긴 사마천은 흉노에게 항복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한무재의 노여움을 사 궁형을 받았다. 그러나 사마천은 그 처절한 절망의 벼랑 끝에서 일어나 18년동안 1백80권의 대작 『사기』를 완성시켰다. 『몸은 비록 불구라 할지라도 내가 알아낸 태고적부터 현금에 이르기까지의 과거사를 보다 바르게,소상하게,보다 생생하게 후세에 알려줘야겠다. 이 일을 성취하기 전에는 눈을 감고 죽을 수 없다』고 한 그 『사기』서문은 지금도 우리를 감동시킨다.
12세기 서양 최고의 윤리학자라고 일컫는 아라벨은 제자 에로이즈와의 연애사건으로 거세당한 승려였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에로이즈와의 관계를 영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키면서 수 많은 서신을 주고받았다. 그것이 오늘날 프랑스 서간문학의 효시가 되었음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최근 미국에서는 13세 어린이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된 한 흑인청년이 재판에서 종신형 대신 거세형을 요구해 화제가 되고있다. 재판부도 그의 요청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아무리 본인이 원하는 일이라 해도 거세형은 정형이 아니라는게 정설로 돼있다. 결과가 주목된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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