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흠집난 국과수|감정 증거 또 채택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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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민련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대필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기훈 피고인(28·전민련총무부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12일부터 시작됨으로써 유서대필 공방이 재연되게 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측 주장을 배척한 채 강 피고인이 금씨 유서를 대신 써 줘 자살을 방조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내용과 증거를 그대로 수용해 징역 3년·자격 정지 1년6월의 유죄판결을 내렸으나 1심 유죄판단의 결정적 물증이었던 유서를 감정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김형영 문서분석실장이 부정감정 의혹 사건에 휘말려 구속된 상태여서 변호인측이 감정결과의 객관성·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여느 사건과 달리 항소심 다툼이 오히려 1심보다 치열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항소심의 관심거리는 김 실장 구속이 몰고 온 후유증이 강 피고인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지만 검찰은 김 실장 구속으로 이사건의 유일한 물증이었던 유서 감정에 대한 신뢰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다른 사건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아 구속된 것이 곧바로 유서 허위 감정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결과를 낙관하고 있다,
유서감정을 김 실장 한명만이 한 것이 아니라 문서분석실 직원 4명이 합동으로 실시했기 때문에 공정성이 있으며 1심 공판과정에서 검찰·변호인측이 내놓은 여러 증거들 가운데 재판부가 13차례에 걸친 신중한 심리 끝에 유죄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자신하고 있다.
검찰관계자는『김 실장이 뇌물수수로 구속됐다고 해서 유서감정이 허위라는 주장은 피고인 항변 차원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재판 결과를 뒤집어 놓을만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1심 판결에서 국과수 감정결과 이외에 수첩 조작과 여러 증인들의 증언, 강 피고인의 범행당시 행적 등 다양한 정황증거에 의해 유죄가 인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국과수 감정에 대한 신뢰성에 이의를 달아온 변호인측은 김 실장이 사설감정인들로부터 유리한 감정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진 터에 국과수 감정 결과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유죄를 내린 1심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인측은 1심 재판부가「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유죄를 선고하면서도『재판부로서는 이번 판결이 객관적으로 절대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의 증거로 볼 때 피고인이 유서를 대신 썼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만큼 국과수감정의 공정성 여부가 유서 대필 사건의 진실과 맞물려 있다고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따진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변호인들은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공소사실의 적법성여부 ▲수첩조작여부에 대한 감정결과 ▲유서대필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과연 자살방조로 처벌할 수 있는지 등 법률적 다툼도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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