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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양 조사선「온누리 호」승선기|해양연구 수준 20위 권"성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5일 오후 4시 30분『전부서 정 위치』(All line standby)에 이어 5시 5분『출발』(All line let's go)명령과 함께「떠다니는 하얀 연구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항 방파제를 벗어난 후 선장의『출항 부서 배치 끝, 전부서 해제』와함께 브리지(선교)의 긴장감도 사라졌다.
우리 나라 최초의 종합해양조사선인「온누리 호」. 지난 1월 17일 제작사인 노르웨이의 칼손 조선소에서 인수, 지중해의 지브롤터와 이집트의 포세이드·싱가포르·제주를 거쳐 최종 기항지인 마산으로 가는 길이다.
이날 배에는 선장을 비롯, 승조원 16명과 선주인 박병권 해양연구소장 등 연구소관계자 10명, 보도진 13명 등 정원에서 두 명이 모자라는 39명이 승선했다.
1백 50억 원의 건조 비와 1백 30억 원의 첨단기자재 등 2백 80억 원이 투입된 온누리 호는 1천 4백 22t급의 중형 해양조사 선으로 이 배 하나로 해양연구 장비 면에서 세계 70위 권 밖이던 우리의 해양연구수준이 일약 20위 권으로 올라서게 됐다.
건조현장에서 감독관으로 일한 이경인 해양 연 남해기지 실장은 『이 배의 생명은 소리』라며『소음과 진동을 줄이기 위해 설계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이뤄졌으며 최소의 인원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동 시스템으로 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해군 중령출신의 김대기 선장(45)은『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해양조사선의 첫 선장을 맡게돼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며『첨단 장비가 가득 실린 배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신경도 많이 쓰였다』고 했다.
선장이 위치하는 브리지에는 항공기의 조종실을 방불케 하는 각종 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인공위성 항법장치를 비롯한 통합항법장치와 항해 제어시스템(콘맵)을 갖추고 있으며 원하는 위치만 입력하면 배가 스스로 그 자리에 찾아가 정지할 수도 있다.
배는 모두 5개 층으로 물에 잠기는 제일 아래층에는 기관실과 기름탱크, 식수·해수 탱크, 체력 단련장이 자리하고 2, 3층에는 각종 조사장비와 침실·식당·회의실 등이, 4층은 선장과 연구부장·기관장 등의 침실·사무실과 라운지, 그리고 5층은 브리지로 한쪽에는 어류탐지 장비실이 위치해 있다.
주요 조사관측장비로는「시빔 2000」이라는 다중 빔 정밀 음향측정기와 탄성파 탐사장비, 그리고 생물량 음향측정기(EK 500).
응용생태연구실의 유신재 박사는『EK 500은 해저 1km 이내에 있는 2∼3cm 크기의 물고기까지 파악할 수 있는 첨단장비』라며『이 기지를 이용해본 결과 거제도 앞 바다까지는 많던 물고기가 가덕도를 지나 마산만에 이르기까지 한 마리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상준 박사는『벌써부터 외국에서 이 배를 빌려쓰자는 제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오는 20일 인천에서 성대한 취역식을 가진 뒤 4월 중순부터 하와이로가 태평양 심해저의 망간탐사활동을 한 후 9월 중순께 귀항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앞으로 남극에도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누리 호」는 이름 그대로 온 바다를 누비며 우리의 해양연구와 해양개발의 선봉장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도사리고 있다.
우선 승조원에 대한 대우문제. 대부분 상선에서 수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대우가 상대적으로 낮을 뿐 아니라 해양연구소 측이 선박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이다. 배의 귀와 입의 역할인 통신장을 연구소 교환원쯤으로 생각하는가하면 가장 업무량이 많은 조리 장이나 조리원을 식당 종업원쯤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산=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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