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환경개발회의|대책 놓고 정부-민간단체 시각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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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6월 브라질에서 열릴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를 앞두고 정부는 정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대표단파견을 준비하는 등 국제환경외교가 새로운 현안으로 떠올랐으나 정부와 민간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보이는 등 혼선이 염려된다.
전세계에서 2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알려진 이번 회의 개막을 앞두고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 중심 가의 호텔 방이 이미 각국 정부대표단의 예약으로 동났고 2∼3배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는 등 이 회의는 국제적으로 비상한 관심이 쏠려있다.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결성된「유엔환경개발회의한국위원회」는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의 최열 의장, 송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고철환 서울대 교수(해양학)·권숙표 연세대 명예교수·박창근 환경보호협의회장 등 민간 환경운동가 16명을 발기인으로 한 민간대표기구.
최 의장이 집행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에는 환경 및 소비자단체 뿐 아니라 종교계·학계·언론계 등 각계인사들이 참여할 계획으로 현재 교섭이 활발하다.
환경회의 한국위원회는 결성선언을 통해『유엔환경개발회의 결과는 농업은 물론 공업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정부·민간·기업차원의 대응이 미약한 상태』 라고 전제,『지구환경보전과 우리 국가이익을 지키기 위해 환경에 관심 있는 단체와 인사들이 모여 위원회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최 의장은 『환경단체들이 그 동안 대구 페놀 오염사고, 핵 폐기물 처분 장과 골프장의 건설에 따른 환경파괴, 원진 레이온 직업병사태, 경기도 화성의 산업폐기물 불법처리 등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지역주민들과 연대투쟁을 펴 환경문제를 정치·사회적 문제로 부각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운동의 여세를 몰아 1백 74개 유엔회원국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일명「세계환경회의」를 계기로 국내 환경문제에 큰 전환점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그 동안 반정부성격을 떤 단체로 인식되어온 공추련이 이 위원회의 결성을 주도한 때문인지 환경처가 이 위원회를 보는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발족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환경처 관계자는『조직을 오는6월까지 이끌고 갈 위원장인 권숙표 교수도 개인사정을 이유로 참석치 않은데다 일부 참석자들이 최 의장의 공명심에 혀를 내둘렀다』며 이 단체의 위상을 애써 깎아 내리는 묘한 태도를 보여 정부와 민간환경단체의 갈등을 예고했다.
한국위원회 관계자도『우리 나라의 환경오염수준을 어떻게 자리 매김 해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설명해야할지 등에 대해 내부에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환경문제가 우루과이라운드(UR)에 못지 않은 심각한 국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과 그에 따른 국익문제를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의 시각과 철학이 상당부분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부는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방지협약이 채택되는데 대해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나 유럽공동체(EC)를 주축으로 한 선진국들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오는 2000년까지 90년 수준으로 묶도록 요구하는 일률적인 규제방식에는 반대다.
그러나 공추련 등 단체들은「그린라운드」의 영향을 인식하면서도 역시「개발」보다「환경보전」에 역점을 두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내세우는 국가이익을 놓고 견해차이가 뚜렷하다.
공추련의 경우 지난해 환경을 망친 10대 주범가운데 하나로「더 맑게 더 푸르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는 환경처를 꼽았으며, 환경처도 이들 단체를「과학적 전문성도 없이 억지주장을 많이 하는 반체제단체」쯤으로 여겨왔다..
하지만「그린라운드」를 코앞에 둔 지금 정부와 민간환경단체들이 모여 ▲개발과 환경보전의 균형에 대한 시각 ▲국가이익을 위한 열정한도내의 협력방안 등에 관해 의견을 조정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높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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