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실패의 좌절 그림 그리며 이겨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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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사업에 어려움이 있을 때 그림을 그리는 일은 큰 위안이 됐고 해결책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사업가 이청승씨(47·한국 폴라화장품 대표)가 유화전시회 「겨울을 지나봄으로」를 3월3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63에서 열고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이사장이 85년 이후 틈틈이 그려온 작품45점이 소개됐다.
견직물제조 수출업체인 현우와 한일 합작업체인 한국폴라 등 4개의 기업체를 운영하는 그가 그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급 성장하던 사업체가 자금과 인력난으로 흑자 도산을 하면서부터.
그는 술을 마시며 시련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썼고 술에 취한 채 밤을 새우며 자신의 방 벽에 막무가내로 크레파스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의 부인은 몇 번이고 그가 그린 「벽화」를 도배질 하던 끝에 그에게 캔버스와 이젤을 선물했다.
그는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지만 대학시절부터 출판사를 경영하는 등 사업적인 재능을 보여 「그림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사주는 사람이 되겠다」는「치기」를 부리며 대학졸업작품마저 남의 손을 빌려 출품했다.
『자연에 대한 직관을 그리려 했다』는 그의 그림 중에는 술에 취해 흐린 눈으로 본 서울의 풍경이 몽롱한 터치로 그려진 것도 있어 색다른 맛과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대결과 공존」 「빛과 어둠과 그늘의 싸움과 화해」, 연작 「겨울을 지나 봄으로」 등의 제목으로, 그는 주로 새벽시간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왔다.
사업가로서 기반을 다진 그는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듯이 모든 복잡한 생각을 그림을 그리면서 정리하게 됐다』며 디자인 연구소·날염공장·패션사업 등 모두 미술관련 업에 종사하는 아홉 형제들과 함께 내년에는 가족합동 전시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위에서 『사업보다도 그림솜씨가 한 수위』라는 칭찬을 듣곤 한다는 그는 한국자수 문화협의회 부회장으로 자수작품 수집에도 정성을 쏟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림을 여가 아닌 또 다른 본업으로 삼아 열심히 그리겠다』고 했다. <고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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