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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세계적 예측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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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89년 일본 기업이 엔고(高) 바람을 등에 업고 뉴욕의 록펠러 센터를 사들이자 미국에선 '일본 추월론'이 등장했다. 일본이 곧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예측은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9일 과거 전문가들이 세상의 변화를 잘못 전망한 '빗나간 예측'을 소개했다.

◆ 팍스 자포니카=80년대 뉴욕 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에는 일본의 경제적 침공 기사가 홍수를 이뤘다. 한마디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인 '팍스 아메리카나'가 곧 일본이 주도하는 '팍스 자포니카'로 대체된다는 얘기였다. 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인 폴 케네디는 87년 그의 저서 '강대국의 흥망'에서 "미국은 조만간 쇠퇴하고 곧 일본이 일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빗나갔다. 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졌다. 반면 미국은 정보 혁명 덕분에 성장을 거듭해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영역을 구축했다.

◆ 인구 폭발=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 이래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결국 자원 고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독일의 노벨상 수상자인 파울 엘리히는 68년 '인구폭탄'이라는 책을 통해 "70~80년대 수천만 명이 기아로 사망하는 대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 전 세계 인구는 당시의 두 배인 65억 명이지만 자원은 고갈되지 않았으며 인류 멸망도 오지 않았다. 출산율은 안정적이며 기술 발전으로 식량 생산도 크게 늘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가 기아 사태를 겪고 있지만 관리가 가능하다. 유엔은 세계 인구가 2300년에는 90억 명 선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빙하기의 도래=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75년 4월 커버스토리에서 '차가워지는 지구(The Cooling World)'라는 기사를 다뤘다. 당시 이 잡지는 '대부분의 기상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지구가 점점 추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동차의 배기가스로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햇볕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만간 빙하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되레 지구 온난화가 대세다. 지금 인류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생물 감소와 해수면 상승으로 고민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50년대 미 과학자들이 '원자력이 곧 에너지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79년 발생한 스리마일 아일랜드와 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이 같은 전망이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또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2002년 "내일이라도 제2의 9.11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아직까지는 빗나간 예측'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최원기 기자

◆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미국 워싱턴의 싱크 탱크인 카네기평화재단이 발행하는 최고 권위의 외교 전문 잡지. 최근에는 잡지 외에도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이라크.에너지.북한.이슬람 같은 다양한 이슈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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