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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OPEC 결성 첫걸음 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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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세계 주요 천연가스 수출국들이 가스 수출가를 협의할 고위급 기구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유사한 가스 카르텔을 결성하기 위한 전(前)단계 조치다.

14개 천연가스 수출국들이 참여하는 가스수출국포럼은 9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회의를 열고 "가스 수출가격 연구와 시장 분석 등의 기능을 수행할 기구를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빅토르 흐리스텐코 러시아 산업.에너지부 장관이 밝혔다. 기구에는 가스수출국의 에너지 장관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흐리스텐코 장관은 그러나 이 기구가 카르텔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애초 이번 포럼에서는 가스 생산량과 수출가를 통제하는 가스 OPEC이 결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포럼 회원국들이 세계 가스 매장량의 70%,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데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가스 OPEC 결성을 적극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다.

흐리스텐코 장관은 "카르텔 구성과 관련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며 포럼은 현재의 형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가스 가격 연구 기구 창설이 완전한 의미의 가스 카르텔 결성을 향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가스 수출국들이 가스시장이 확대돼 가는 추이를 봐 가며 이 기구를 카르텔 수준으로 격상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가스 OPEC 결성은 최근 에너지를 무기로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 역시 석유.가스를 방패로 서방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이란이 주도해 왔다. 이란의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월 말 가스 카르텔 구성을 제안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호응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미국과 유럽 등 가스 수입국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해 왔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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