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대표 지식인 트란 박 당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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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분단 국가의 통일은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한다. 베트남은 통일 후 강해지고 있다. 한반도도 통일되면 더욱 강한 나라가 될 것이다.』
베트남의 대표적 지성인 트란 박 당씨 (66)를 호치민시의 자택으로 방문했다.
그는 1975년 사이공 함락 당시 사이공의 베트콩 지도자로 정치·군사 책임자였다. 트란 박 당씨는 이미 한국을 두차례 방문, 특히 지난해 11월 서울 방문시는 채명신 전 주월한국군 사령관과 만나 「월남전 적끼리의 해후」로 뉴스의 초점이 됐던 인물이다.
그는 정치 군사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교수·소설가·시인·희곡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언론인으로 「베트남 최다 저술가」로 꼽히는 원로급 지성인이다. 그는 한국도 통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베트남 통일도 이미 17년째를 맞고 있다. 국가 통일에 대한 평가는.
『베트남 통일은 베트남 국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통일은 나라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한국도 통일을 달성하면 더욱 강성한 국가가 될 것이다. 통일은 자원과 기술을 공유하고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통일 베트남은 아직도 가난한 나라다. 통일로 국가가 오히려 가난해진 것은 아닌가.
『현재 베트남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통일을 했기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통일로 나라가 단합되고 남북이 평준화돼 서로 고르게 살고 있다. 통일은 높은 쪽을 깎아내려 평준화하는 것이 아니고 낮은 쪽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현재 베트남 국민들의 생활은 전쟁 기간보다 나아지고 있다. 전쟁 기간 중에는 남북 베트남 모두 가난했다. 이제는 가난한 인구가 줄어들었다. 통일 전에는 베트남에 걸식하는 인구가 많았다. 오늘날의 베트남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에 비교하면 거지가 거의 없는 나라다. 우리는 이제는 식량 부족의 고통이 없다.』
-소련·동유럽 사회주의 국가 몰락이 베트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소련의 몰락이 베트남에 심리적·정신적·경제적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질적 영향은 거의 없다.
베트남은 소련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이미 개혁을 시작했다. 따라서 베트남은 소련이 붕괴됐다해서 바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소련은 국민의 요구가 나날이 늘어났으나 생산이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소련은 생산 모럴이 국민 요구를 따르지 못했다. 소련의 붕괴는 필연적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식량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것을 공급했다. 소련에는 상점 앞에 긴 줄이 이어져 있으나 베트남에는 그런 현상이 없다. 이것이 소련의 붕괴에도 베트남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다. 베트남 국민은 현재 러시아 국민보다 생활이 안정돼 있다.』
-소련·동유럽의 붕괴로 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있으나 베트남은 아직도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사회주의는 무엇인가.
『베트남 사회주의는 국부 호치민 (호지명)의 사회주의다. 그것은 의·식·주와 교육을 국가가 국민에게 고루 제공하는 것이다.
베트남은 현재 도로·전기 등 사회 기간 시설이 낙후해 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다. 따라서 내가 생각하는 베트남의 사회주의는 「말은 적게 하고 일은 더 많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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