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기술, 두바이 스카이라인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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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즈 두바이'가 7일 120층(422m)을 돌파했다. 160층(700m)으로 세계 최고층이 될 이 빌딩은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삼성건설이 중동의 두바이에 짓고 있는 이 건물은 사흘에 한 층씩 올라가는 골조공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건설 측은 "이런 속도라면 일단 7월 초에 최고층 빌딩 기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최고층 빌딩은 대만의 '타이베이 101'로 101층, 508m다.

초대형 공사가 일정대로 진행되면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두바이엔 '매일 변신하는 도시'라는 별명이 딱 맞다. 셰이크 무함마드(58) 국왕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비전에 따라 중동의 금융.관광 허브 도시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건설 프로젝트인 '팜 주마이라'의 경우 야자수 기둥을 이루는 지역의 고급 아파트가 최근 입주를 시작됐다. 그 인근에 들어설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 '두바이 몰'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고층 건물이 줄지어 서 있는 셰이크 자이드 거리에는 경전철 레일이 건설되고 있다. 인구가 하루에 800명씩 늘고, 외국인 방문객이 연간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한 교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 160개국의 비행기가 2분 간격으로 내리고 뜨는 두바이 국제공항도 지금 몸집을 두 배 이상으로 불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 공항을 연결해 짓고 있는 3청사는 거대한 공룡 같다. 올 연말 완공되면 한 해 7000만 명의 승객을 소화하게 된다. 중동.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두바이 남부 제벨 알리항은 밀려드는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해 2단계 확장공사에 들어갔다.

최근 두바이를 둘러본 SH공사 뉴타운본부 배경동 본부장은 "만화 같던 두바이 지도가 실제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날 도착해 지도를 받아 본 순간 공상과학에 나오는 만화지도로 생각했는데 실체를 보니 놀라울 뿐"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십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들의 홍보관도 북적대고 있다. 고객들의 발길과 상담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나킬 홍보관 관계자는 "이미 분양을 마친 팜 주마이라 일부 지역은 몇 차례 전매가 일어나면서 값이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쇼핑몰에는 가는 곳마다 분양사무소가 들어서 있다. 실내 스키장이 있는 에미리트 몰에도 인공호수 주변 주택단지 '라군', 팜 주마이라에 들어서는 '마디나트 알아랍', 디즈니랜드의 두 배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단지인 두바이랜드 안의 주택단지 '와디 워크' 등의 중심가도 분양사무소 차지다. 워낙 엄청나고 상상이 안 가는 프로젝트에 대해 의혹을 갖는 고객을 위해 사무소에선 폐쇄회로 TV를 통해 공사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처음엔 무모한 개발 계획이라며 비난하던 언론이나 전문가들도 프로젝트가 서서히 실제 모습을 갖춰가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무함마드 국왕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180만 명이 거주할 '워터 프런트' 신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페스티벌 시티'란 새 프로젝트도 최근 선보였다. 이마르 부동산 개발회사의 홍보 담당 사아드 파루크는 "이런 프로젝트가 상당 부분 완공되는 5년 후 두바이는 지금과 전혀 다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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