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어린이 백여명 수술 주선|「사랑 실은 교통 봉사대」 손삼호 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그동안 껌을 팔아주신 택시 이용 시민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달리는 택시 속에서 승객들에게 껌을 판돈으로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안겨준 「사랑 실은 교통 봉사대」의 손삼호 대장 (53·서울 독산4동 삼신 연립 가동 101호)은 이 봉사대 창설 6주년 (21일)을 앞두고 활기를 되찾은 어린이들과 재회할 기쁨에 들떠있다.
지난 86년 47명의 택시 운전기사들로 발족된 「달리는 심장 재단」인 이 봉사대가 집안이 어려워 죽어 가는 한 어린이에게 새 삶을 되찾아준 이후 그동안 모두 1백5명의 어린이를 살려냈다고 전하는 손씨는 『세상이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 그득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수술을 받은 어린이들을 21일 서울 보라매공원으로 초청, 잔치를 벌일 예정인 그가 이 봉사대 창설의 산파역을 맡은 것은 운전 도중 라디오 방송을 통해 불우한 심장병 어린이 5만∼6만명이 음지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부터.
그는 곧 동료 운전기사들에게 이들 어린이들을 돕겠다는 자신의 뜻을 알렸고 47명의 기사들이 이에 동조, 86년2월21일 발대식을 가졌다.
차안에 껌통을 마련해놓고 승객들에게 자신들의 뜻을 알려 도움을 요청해 온 이들의 뜻깊은 사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어 그동안 전국적으로 2천9백여명의 기사들이 이 일에 동참하게 됐다.
현재 서울을 비롯, 제주·광주·김제 등 전국에 l7개의 지대를 갖고 있는 이 봉사대원들은 매월 5일 모금한 돈을 입원 어린이들에게 수술비로 지원해 왔다. 이들이 매월 모금한 돈은 3백40만원 정도로 수술은 이들의 뜻을 소중하게 여긴 서울 백병원,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 등 이 염가로 맡아 해주었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들은 대부분 15세 미만으로 집안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중에는 운전기사 자녀도 50%를 차지하고있다.
이 봉사대 창설 당시부터 대장을 맡고 있는 손씨는 선행을 실천하는 대원들이 자연 손님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운전도 모범적으로 해 어느덧 2천여 대원 모두의 운전 습성이 친절하고 예의바른 것으로 굳혀져 이 또한 매우 즐거운 일이라며 자랑했다.
『사람 사는 즐거움이 남을 돕는데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이들은 웬만한 운전기사들이 기피하는 어린이 동반 손님·노약자·장애자·짐 가진 손님 태우기에 앞장서 왔으며, 그동안 어버이날에는 자식 없는 부모들에게 무궁화 꽃 달아주기, 쉬는 날에는 번갈아 조를 짜 어린이 놀이터 수리해주기 등도 실천해왔다.
이들 운전기사들 대부분은 박봉과 피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인데 27년간 운전을 해온 손씨 역시 월 80여만원의 수입으로 부인·3남매와 함께 넉넉지 않은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고혜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