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정치인의 「약팍한 변신」/정순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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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여야 「정치가」들의 현란한 변신을 지켜보노라면 마치 한토막의 현란한 정치쇼를 보는 착각이 들 정도다. 어제까지만해도 자기당만이 가장 책임있는 공당이라고 공언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소속당을 등지고 뒤돌아서 침을 내뱉고 몹쓸 소리를 하며 떠나는 모습들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하고 17일 국민당에 입당한 조윤형 국회부의장등 여러사람의 탈당과정들을 보며 이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조 부의장은 최근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함께 탈락한 현역의원 몇명을 모아 무소속 연합구성 운운하며 단체행동을 할 것처럼 앞장서더니 어느날 느닷없이 국민당에 입당한다는 기자회견을 거창하게 갖고 변신하고 말았다.
그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구국의 입장에서 입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몸담았던 민주당에 대해 『민주당은 측근정치가 발호하고 공정해야할 공천은 돈냄새로 얼룩졌다』고 폭로했다. 또 자신은 『야권통합과 당내 민주화를 주장한 죄로 무자비한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반박논평을 발표,『조부의장은 지난 4년동안 의정활동부진과 지역기반 미비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한 것이지 정발연 활동이나 기타 다른 이유때문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에 한번도 출석한 적이 없는 조부의장의 「수신」도 들먹였다.
이런 감정적 공방의 어느쪽 주장이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정확히 가리기는 물론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점은 정치인의 변신이 지나치게 목전의 이해 위주라는 사실이다.
그런 행위를 변명하기위해 내거는 화려한 미사여구는 오히려 서글픔마저 느끼게 한다.
『야권통합을 위해 정발연활동을 했다』는 당사자가 또다른 야당에 몸담는다는 것이나 바로 엊그제까지만해도 「재벌당」이라고 손가락질하던 당에 「깨끗한 정치가 이상에 맞아」 입당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민주당이 겪는 공천후유증은 공천과정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의 온갖 양태들 역시 개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날 금배지가 올바른 정치구현의 수단으로서가 아닌 정치적 목표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이상현상들이다. 지금은 수많은 정치꾼보다는 한사람의 진정한 정치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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