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가린 선거공약 우려/금융실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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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 “곧 실시”에 증시반응 민감/야,경제부작용 검토없이 “목청”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경제정의」를 앞세우는 여·야가 또다시 국민 경제를 담보로 권력을 움켜쥐기만 하면 된다는 발상을 내보이고 있다.
각 정당들은 최근 선거 공약전을 준비하면서 금융실명제를 또다시 최대의 경제현안으로 부각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당은 이미 실명제의 실시를 당의 공약으로 내걸었고 여기에 민자당도 지난주말 고위 당정협의를 거쳐 「실명제의 단계적실시」를 당의 공약에 포함시키기로 원칙을 정했다.
그러나 해당 경제부처와 금융계는 지난 87년 여야가 대통령선거때 무분별한 선명성 경쟁 속에 실명제 도입을 약속했다가 6공들어 결국 큰 경제적 혼란 끝에 대통령선거 공약을 유보시키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의 일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실명제의 실시는 국민적 합의와 제도의 정비를 뒷받침으로 하여 냉정하게 접근할 문제이지,벌써 금품과 향응이 등장하는 등 정치권 자신의 실천의지부터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권력을 잡은뒤에 책임지지도 못할 공약을 내걸고 있으며 이로인해 나타날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토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관계경제부처는 지난주의 당정 협의때 『현정부자체가 지난 대통령 선거때 실명제를 약속했다가 뒤엎은 정부이며 따라서 그간의 방침대로 금융제도의 정비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실명제의 여건을 만들어간다는 것이 공약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야당의 실명제 공약에 대해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야당이 현재의 집권당이 아니라 하여 책임지기 어려운 공약을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경우 결국 여당도 말려들어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난 87년의 경험』이라며 최근 다시 등장하고 있는 실명제 공약의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한편 여·야의 실명제 공약이 아직은 구체성을 띠고 있지 않아 이렇다할 경제적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지난 14일 민자당의 실명제 단계 실시 방침이 보도된 직후 증시가 후장 한때 6백50선을 위협받는 등 민감한 반응의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증시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실명제 관련 일지>
▲82년 5월:이·장부부 어음사기사건
▲82년 7월3일:「7·3조치」로 「83년 7월1일부터 실명제 전면실시」방침확정.
▲82년 12월2일:「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국화수정통과로 사실상 무기연기.
▲87년 대선:각당 모두 실명제실시를 대통령선거공약으로 천명.
▲89년 4월11일:재무부안에 「금융실명거래실시준비단」설치,실명제를 91년부터 실시키로 확정.
▲90년 4월:「실명거래준비단」해산,실명제실시 다시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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