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느낌!] 엄마 말 들엇! 막내딸 시집보내기 '어이없는'대작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감독:마이클 리먼

출연:다이앤 키튼.맨디 무어

장르:코미디 등급:15세

20자 평:왈가닥 엄마, 소심한 딸, 그들의 못 말리는 사랑싸움

제목부터 헷갈린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을 잡기 어렵다. '철없는' '아찔한', 고강도 코미디가 예상된다. 2002년 개봉했던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이무영 감독)가 언뜻 떠오른다. 물론 두 작품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원제 '비코즈 아이 새드 소(Because I said so)'가 훨씬 쉽게 들어온다. '내 말대로 해'쯤 될까. 영화를 수입한 사람들의 '고충'이 느껴진다.

'내 말대로 해'에서 얘기를 풀어 가자. 명령을 내리는 사람은 엄마 대프니(다이앤 키튼)다. 일찍 혼자가 돼 딸 셋을 보란 듯이 키워낸 그녀다. 그 명령을 따라야 할 '슬픈' 인물은 셋째딸 밀리(맨디 무어). 언니 둘은 시집가서 잘 먹고 잘 사는데 그만 솔로다. 독신주의자? 결코, 아니다. 적당한 배필이 나타나면 언제라도 면사포를 쓸 태세다. 문제는 밀리에게 남자 보는 눈이 없다는 것. 참고 참았던 엄마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내 말대로 해. 좋은 남자를 구해 줄 테니까."

과연 그럴까. 엄마의 지시만 따르면 없던 남자가 착착 달라붙을까. 그렇다면 영화가 될 수 없을 터. '아찔한' 연애코치 엄마와 '철없는' 딸 사이에 일대 전선(戰線)이 형성된다. '명령파' 엄마에 '순종파' 딸의 충돌. 왈가닥 엄마의 막내딸 시집보내기가 펼쳐진다.

영화의 무게는 당연 엄마에게 쏠린다. 대프니는 성인이 된 자식의 주위를 맴돌며 일일이 챙겨 주는, 속칭 '헬리콥터족'의 전형이다. 예상 불허, 결과 불허의 '작전'을 세운다. 딸을 대신해 온라인 구인광고에 A4 용지 한 장 가득한 '예비 사위'의 조건을 써보내는가 하면, 남자를 만나러 가는 딸의 옷차림, 헤어스타일 하나하나에 '배 놓아라, 감 놓아라' 간섭을 한다. 거의 질식할 수준이다.

당연 웃음이 터진다. 상식의 틀을 벗어난 개그식 코미디다. '답이 나오지 않기'는 딸도 마찬가지다. 엄마의 사전 모의를 눈치 채지 못한 딸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은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친다. 예의 바르고 돈도 많은 건축가(톰 에버렛 스콧)와 돈은 없지만 마음은 따듯한 뮤지션(가브리엘 매치) 중 한 명을 택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딱, 여기까지다. TV 개그쇼의 휘발성 웃음, 순간적 폭소를 즐긴다면 크게 탓할 게 없다. 다만 그를 넘어선, 상황과 상황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찡한 울림을 기대한다면 눈길조차 돌릴 필요가 없다.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는 '아찔하게도 철없는' 코미디이기 때문이다. 상황 설정이 억지스럽고, 내용 전개가 지극히 상투적이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두 모녀에 물린 관객을 배려하는 듯 끼워넣은 '섹스 코드'도 어색하고 생뚱맞다. 중견배우 다이앤 키튼의 '망가진' 모습이 되레 안쓰러워 보인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