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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이는 군의 자기변신 자세(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권위주의 시대의 군사문화를 청산하려는 조용한 움직임이 육군 내부에서 일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이러한 변화가 다방면에 걸쳐 확산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보도에 따르면 변화의 움직임은 두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이른바 「놓털카」「폭탄주」라고 불리는 군대식 음주방식을 추방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군내부의 언로를 민주적으로 개방하는 움직임이다. 얼핏보면 지극히 미세하고 하찮은 변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작은 변화가 실천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우리에겐 의미 깊게 받아들여진다.
술을 잘 마시든,못 마시든 관계없이 「위하여」라는 구호 한마디에 맞춰 독한 술을 단숨에 마셔대는 음주방식은 술을 마실줄 모르는 사람에겐 일종의 고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사실상 이로인한 병영사고가 70%였다면 이는 예사일로 넘길 수가 없게 된다. 군내부에서 이에 대한 추방운동이 전개된다는 것은 곧 꼴볼견의 구시대적 유산을 청산함과 동시에 병영사고를 예방하는 2중의 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다음 언로개방은 종래의 일방적 속전속결의 회의방식이 아니라 민주적 토론 형식을 취하면서 중지를 모으고 보고방식 또한 대면보고가 아닌 전화·메모방식이 허용되고 있음을 말한다. 종래의 군부대 보고형식으로 본다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작으면서도 큰변화의 조짐을 우리는 이미 90년 「육군」지 여름호에 게재된 안병호 장군의 기고문,「군위상 확립의 길에서 보고 군의 자기비판과 개혁의지를 높이 평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안장군은 5·16,5·17과 같은 상황에서의 군의 정치적 개입,군인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성 결여,군내부의 각종 부정과 비리,구타·폭언과 같은 낡은 악습의 잔존 등이 군의 발전을 저해하고 국민들의 대군 감정을 굴절시켰음을 적시한바 있었고 이의 개혁을 강하게 주장했었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변화를 보이는 군내부의 모습을 일시적이거마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군부 엘리트 그룹이 주도적으로 벌이는 계획된 자기변신의 개혁운동이라고 보기때문에 이 변화의 가성을 더욱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는 군위상의 새로운 정리립을 위해서는 단순히 음주방식이나 보고체계의 변화라는 미세한 행동양식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이미 지적된 군내부의 부정적 요인들을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모습으로 개선하는데 주력할 것을 차제에 당부코자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의 해를 맞아 군의 정치적 엄정중립을 통해서 군의 바뀌어진 모습을 새롭게 부각시키는 일 또한 군위상정립을 확고히 하는 당면한 시금석이 되리라고 믿는다.
군의 자기변신 자세가 작은 변화에서 큰 개혁으로 발전하기를 우리는 기대하면서 그 추이에 주목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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