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걸린 제약업계 "몸집 불려 신약 개발 적극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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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제약협회의 문경태 부회장은 "한.미 FTA가 발효되고, 약효가 약가에 비해 떨어지는 약을 건강보험 대상에서 빼버리는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마저 시행되면 200여 회원사 중 10분의 1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쓰나미'가 따로 없다는 비장한 표현까지 썼다.

이제야말로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업계 인사들은 입을 모았다. 그동안 신약 개발에 힘쓰기보다 제네릭이나 카피약을 개발하는 재주, 비윤리적인 방법을 불사하는 마케팅 습성을 키운 걸 반성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에서 우리 제품으론 처음 신약 허가를 받은 LG생명과학의 차세대 항생제 팩티브가 미국에서 히트하지 못하자 제약업계에선 비관론이 득세했다. "개발비 5000억원만 날렸어. 역시 신약은 안돼"라는 수군거림과 함께 여전히 개량 신약 개발에 몰두하는 업계 분위기를 만들었다.

LG경제연구원의 고은지 책임연구원은 "제약업계가 난국을 타개하려면 신약 개발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상당한 액수의 연구개발비를 조달해야 하고, 그러려면 업계 내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벌어져 몸집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몸집을 불리기 싫으면 틈새를 노리는 방법도 있다. 매출 700억원의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2002년 미국에 영양제 등 30여 가지 약을 만드는 공장을 지어 민첩하게 움직였다. 이 회사 강덕영 사장은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땐 무모하단 소리를 들었는데 한.미 FTA가 타결된 지금은 잘했다는 격려를 듣는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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