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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부대」추방(주권의식 확립위한 캠페인 선거혁명 이루자:1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정당연설회 허용으로 더욱 기승 부릴 듯/“허세과시”에 “정신차릴 투표” 해야
선거유세장마다 나타나 특정후보를 응원하고 상대방에게 야유를 퍼붓는 이른바 「박수부대」들의 저질행태 역시 청산돼야 할 선거폐습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들 박수부대들은 대부분 일당을 받고 동원될 뿐더러 세과시가 지나쳐 마찰·폭력사태를 유발시키는 사례가 많아 정책토론장이 돼야할 유세장을 금전·주먹질·욕설로 물들이는 혼탁선거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보자들은 저마다 세싸움에 밀릴 수 없다는 심리적 압박감에서 자기편 청중을 보다 많이 동원하려고 경쟁하게 되고 심지어 유니폼까지 입혀 집단동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유세장은 이들 색깔 정해진 동원청중이 순수청중보다 훨씬 많게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6월 경남마산의 한 광역의회선거 유세장의 경우 국민학교운동장을 거의 메우다시피했던 청중들은 각 후보의 연설이 끝날 때마다 한무리씩 자리를 떠 네번째 등단한 마지막 후보 연설때는 불과 1백∼2백명만이 썰렁하게 남아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른바 「김빼기 작전」이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 13대선거때도 곳곳에서 벌어진 광경으로,심지어 유세를 먼저 끝낸 후보의 응원부대가 유세장주변을 돌며 꽹과리등을 두들기고 구호제창·노래 등으로 다른 후보의 연설을 방해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그같은 방해는 시비를 부르게 마련이어서 서울 성북을선거구의 경우 당시 민정·민주·평민당후보 응원부대간에 피킷휘두르기 3파전의 난투극을 벌인 예는 유명하다.
후보자들의 청중동원수법도 각양각색이다. 일당을 주고 박수부대를 사는 유급 동원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가족·친지를 풀가동해 다른 지역구 사람들까지 끌어모으는 가족동원형,과거 유랑극단처럼 꽹과리를 앞세워 각 동네를 한바퀴 돌아 재미삼아 쫓아오는 어린아이들까지 휘몰아 유세장으로 향하는 딴따라형까지 다양하다.
지난 광역선거때 경남울산 2선거구 무소속의 S후보는 자신의 형제 10남매 가족을 모두 동원시켰다. 제수·매형·조카·질녀에 사돈댁들까지 발벗고 나서준 덕에 40여명의 박수부대가 비록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목청은 가장 우렁차 세측면에서 압도할 수 있었다고 S후보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또다른 무소속 모후보는 대학재학생등 딸 4명이 친구 20여명을 데리고 나타나 소프라노 응원으로 기세를 올리는 딸부자 덕을 톡톡히 봤다.
이들 경우는 그래도 애교(?)있게 봐줄 만하다. 문제는 일당제 동원 청중.
일단은 후보나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총책 10만원 ▲조장급 7만∼8만원 ▲바람몰이 4만∼5만원 ▲유인물 배포자 및 박수부대 요원 3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민자당 L후보는 『기세를 올리기 위해선 정예요원 3백명은 필요하다』면서 『중간책임자급을 제외하더라도 줄잡아 1천만∼2천만원이 들게 돼있고 이들에게 유니폼·피킷까지 치장시키자면 몇백만원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이번 14대총선에선 합동연설회외에 정당연설회까지 허용토록 돼있어 여야후보들은 그에 따른 청중동원에 벌써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지역 민주당 K의원은 『김대중 대표를 모시자면 청중수가 적어도 몇십만명 단위는 돼야할텐데 어떻게 끌어모아야 할지 걱정』이라면서 『예년에 보면 자발적 청중이 절반쯤 차지하고 나머지는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으는게 상례인데 자칫 선거자금의 태반이 정당연설회의 청중동원비로 날아갈 판』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경우 과거 유세장 청중동원을 위해 통·반장을 활용하거나 공무원·각 개인기업체 사원들을 강제동원함으로써 물의를 빚은 예도 많다.
이번 총선은 대통령선거 이전에 치러지고 정당연설회까지 허용됨으로써 여야의 대권주자들이 정당연설회를 대대적으로 벌여 대통령선거전으로 이용하려할 가능성도 매우 짙은게 사실이다.
그럴 경우 세과시를 위한 청중동원 경쟁은 지역구차원을 떠나 13대 대통령선거때와 맞먹는 과열상을 빚을게 틀림없으며 총선이 끝난 뒤에도 그 열기가 대통령선거로 이어져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청중동원 경쟁으로 막대한 자금이 뿌려져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결정적으로 압박할 것이며 산업체 인력난을 가중시키는등 벌써부터 그 폐해에 대한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은 『유세장의 청중동원 경쟁은 결과적으로 이미 내편이 된 표를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격이 돼 자기 양어장에서 낚시질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선거운동측면에서도 비능률적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협의회의 김인배 상임집행위원은 『유권자의 유세장 참여나 후보들의 참가권유는 정당한 행위지만 청중을 돈으로 사는 일은 근절돼야 하며 시민들의 자율적·자발적 참여가 바람직하다』면서 『유세장이 후보자들의 진지한 정견발표장이 되도록 후보자·유권자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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