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핵의 공포는 사라졌다/미·러시아 핵감축 계획의 의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적대관계 청산 사실상의 동맹국/양국 재정부담에 국방예산 감축
28일 조시 부시 미대통령과 29일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잇따라 발표한 핵감축계획은 이제 세계안보를 위한 미·러시아 협력시대가 열렸으며 핵에 의한 공포의 균형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옐친 대통령의 제의는 미소 각각 80%이상의 핵무기 삭감을 뜻하는 것이며 부시 대통령의 잠수함발사 트라이던트Ⅱ미사일의 핵탄두 생산중지는 45년만에 처음으로 미국땅에서 생산중인 핵무기가 단 하나도 없게 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핵감축의 역사는 미국과 구소련이 서로를 적국으로 가정하면서도 최소한 공멸은 막아야겠다는 논리의 변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미국과 구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이번 제안을 통해 더이상 상대방을 적국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시 미대통령은 28일 연두교서에서 『핵의 위협은 사라졌다. 이제 우리의 어린이들은 더이상 핵에 의한 대량학살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그들의 국방정책에서 러시아와의 대규모 핵전을 더이상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이미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의 도시들을 겨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29일 연설에서는 새로운 우주배치미사일 방어체제를 미국과 「공동운영할」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을 대체할 새로운 세계규모의 방위체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지만 이는 우주배치무기체제를 반대해온 구소련의 입장을 뒤엎는 중요한 태도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러시아가 군사적 주도권에 관한한 미국과 경쟁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제한된 공격에 대한 세계적 방어(GPALS)계획이 초래할지도 모를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수용하더라도 이라크등 제3세계국가 혹은 구소련내 핵보유국들의 핵을 담보로 한 위협을 우선 제어해야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러시아가 이처럼 사실상 군사적 동맹관계에 돌입한만큼 이번에 미·러시아가 제한 또는 일방실시를 선언한 핵감축은 지금까지의 관례를크게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시 미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밝힌바에 따르면 미국은 핵탄두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다.
옐친 러시아대통령은 앞으로 7년간에 실시되는 전략무기감축협정안을 3년안에 당겨 실시하고 한걸음 더나아가 현재 핵탄두보유수 1만2천개수준을 4분의 1 또는 5분의 1수준으로 낮춰가자고 제안했다.
물론 미·러시아의 이같은 핵감축은 각국의 국내경제사정악화와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러시아는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이미 올해 국방예산 가운데 신무기구입등 전력증강분야에는 전년대비 15%만 배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도 경기침체회복을 위해 국방예산을 민간부문에 전용해야할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5년에 걸쳐 5백억달러의 국방예산을 절감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미­러시아의 이번 핵감축제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일방적인 핵감축까지 포함,이번 제안의 실시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다. 또 미국의 경우 급속한 군축이 군수산업을 압박하게 되므로 군수산업을 둘러싼 이해집단들의 반발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의 최고실력자 덩샤오핑(등소평)은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의 병력수를 현재수준에서 33% 감축하는 것을 비롯한 대규모 군감축계획을 지시한 것으로 홍콩의 한 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냉전의 해체에 비례해 군사비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나라가 단지 미국과 러시아만이 아니라는 반증이다.<이재학기자>
□부시·옐친 핵감축안 비교
●미국
◇일방적 실시
▲B2전폭기 「스텔스」생산 20대로 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신형탄두생산중지
▲전략폭격기비상태세 해제
▲소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중지
▲MX미사일 신규생산중지
◇조건부 실시
독립국가연합이 다탄두 ICBM을 전폐할 경우
▲MX미사일 전폐
▲미니트맨미사일의 단탄두화
▲SLBM탄두수 3분의 1 삭감
●러시아
◇일방적 실시
▲전폭기 TU160 및 TU95 생산중지
▲실전배치 핵탑재 잠수함반멸
▲지상 및 해상발사 핵탄두미사일 6백기 경계태세해제
▲ICBM발사대 1백30기 해체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현유형 생산중지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SLCM)현유형 및 신형 생산중지
◇조건부 실시
미국이 동의한다면
▲양국이 함께 SLCM 전폐,ALCM 신규개발 중지
▲전략방위 구상(SDI)폐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