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대 경비과장 자살/학내 자작극 가능성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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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속 정씨와 함께 학장측 사람/공동범행여부 집중추적/경비과장집뒤서 종이 태운 재 발견
【부천=특별취재반】 서울신학대 후기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검·경찰은 29일 이 학교 경비과장 조병술씨(56)의 자살을 계기로 수사방향을 학내분규로 압축하고 학장반대파의 소행일 가능성과 함께 학교측의 자작극 가능성에 대해서도 본격수사에 나섰다.<관계기사 22,23면>
검·경찰은 자살한 조과장이 ▲사건 전날 시험지를 운반했고 ▲경비원 정씨를 경찰에 범인으로 제보했으며 ▲정씨에게 경찰에서 당일의 경비근무 상황에 대해 거짓진술토록 시킨데다 ▲현장에서 조과장의 지문이 선명하게 채취된 점으로 미루어 시험지 도난사건에 깊이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검·경찰은 평소 조과장이 조종남 전학장의 심복으로 지지세력의 핵심인물중 한명이었기 때문에 조과장이 범행에 관여했을 경우 학교측의 자작극 가능성이 크며 구속된 정씨와는 공범관계일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조과장이 자살한 부천시 소사동 서울신학대 학장공관 집뒤 빈터에서는 타다남은 재가 발견돼 자살전 조과장이 유품을 태우면서 빼낸 시험지를 불태웠는지를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조과장은 28일 오후 4시40분쯤 학장공관 1층 보일러실에서 2m 높이의 쇠파이프에 나일론 끈으로 목매 자살했다.
조과장은 전날인 27일 밤12시까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28일 오전 8시40분쯤 학교 이성준 서무과장(36)으로부터 직위해제 통보서를 받고 귀가,부인 윤명숙씨(54)를 은행에 다녀오도록 한뒤 자살했다.
한편 조씨의 집 안방에서는 조과장의 필체와 다른 「진술서」「본적」이라고 쓰여있는 16절지 메모지가 발견됐으며 집뒤쪽 빈터에서는 타다남은 재가 대량으로 발견됐으나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경찰은 이 재가 조과장이 자살전 신변정리를 하며 태운 것으로 보고있으나 시험지등 범행 증거물을 태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감식을 의뢰했다.
검·경찰은 조과장이 독실한 신앙인으로 교리에 어긋나는 자살을 한데다 유류품까지 소각하는등 증거물을 없앤 것으로 보아 단순자살의 가능성은 희박하며 도난사건 범행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경찰은 사건 전날인 20일 오후 5시쯤 문제지가 보관된 전산실 안에서 전산실 관리자 김용태씨와 전교무과장 이순성씨(38)등 2명이 인성검사 답안지 6백장을 인쇄하던중 학장반대 서명교수인 김모교수가 들어갔었던 사실을 새로 밝혀내고 이들의 당시 행적도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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