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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농산물 「도-농 직거래」 인기-공해식품 추방 유통구조 개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주부 이명순씨(37·서울 개포동)는 농촌에서 화학비료·농약 등을 쓰지 않고 재배한 쌀·과일 등 무공해 농산물을 안방에서 전화로 주문, 배달 받고 있다.
도농 간 직거래로 무공해 농산물을 공급하는 한살림소비자협동조합((573)0614) 회원으로 가입, 같은 회원인 이웃동 주부 5∼6명과 농산물을 공동구입, 분배하는 것이다.
설날을 앞두고 23일 구입한 사과 값은 10㎏짜리 한상자에 1만6천원, 제주산 귤은 1만7천원. 이밖에 현미(8㎏=1만7천원) 고구마(1㎏=1천5백원), 당근(1㎏=1천3백원) 등도 가끔 구입한다.
이씨는 『농산물 종류에 따라 시중보다 5∼10% 비싼 것도 있지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고 싱싱하다는 장점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꼴로 무공해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고했다.
한 살림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자운동을 하는 가정주부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 출자금 3만원, 회비1천원 등 3만1천원을 내면 회원이 되고, 5∼6가구 단위로 주1회씩 농산물을 공동 구입할 수 있다. 조합운영으로 이윤이 남을 때는 출자배당금을 지급하고 탈퇴시는 출자금을 되돌려준다.
89년 4월부터 도·농 직거래를 시작한 이 조합 회원은 5천3백명에 이르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가 동시에 손해를 보는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공해식품을 추방키 위한 「무공해 및 일반농산물 도-농 직거래」가 서울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살림소비자협동조합,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농생활협동조합 여성민우회 등은 도-농 직거래를 주선하는 사회 단체들.
이들 단체 중 퇴비 등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는 유기영농가들의 모임인 정농회를 통해 농산물을 공급받는 경실련은 최근 서울 신당 2동 「알뜰가게」((231)6276) 내에 무공해 농산물 상설매장을 설치, 현미 등 곡류·산나물·미역·건어물·각종 가공품·무공해 세제 등을 팔고 있으며 하루평균 1백 여명의 주부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농수산물 수입개방 이후 우리농산물 먹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서울시내 각 구청도 도-농 직거래 농산물시장을 개설, 주민들이 싱싱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은평구는 경북 의성 농협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서울시내 22개 구청이 생산지농협과 결연을 해 산지농협으로부터 직접 농산물을 공급받고 있다.
이 같은 도-농 직거래는 동 단위까지 확산, 은평구 불광 1동은 표고버섯과 참깨산지로 유명한 충북 영동군 양산면 농협과, 증산동은 죽세품 원산지인 전남 담양군 남면농협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본격 김장철인 지난해 12월초 은평구 신사동 신성아파트 앞마당에 개장된 알뜰시장은 의성 농협에서 밤새 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온 배추·사과·마늘 등 농산물을 구입키 위해 몰려든 주부들로 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이 이 아파트 부녀회장 서경희씨(45)의 설명.
이 알뜰장에서는 시중가격 4천원인 양파(4㎏)는 2천8백원에, 시중가격 3만원인 사과(15㎏)는 2만5천원에 팔렸다.
부녀회장 서씨는 『시중가보다 값이 싼데다 농협을 통해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믿고 살 수 있어 좋다』면서 『설날을 앞두고 한 차례 더 농산물판매장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같은 도-농 직거래는 「중간상인만 폭리를 취하는 기존의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 소비자는 생산자의 권익을, 생산자는 소비자의 건강과 이익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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