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금성 인사관행 “변화조짐”(업계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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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화」중시깨고 금성사 임원 6명해임·간부 문책
럭키금성그룹의 인사 관행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인화」를 중시해 어지간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한 해임 등의 조치를 내리지 않던 럭키금성이 최근에는 철저한 실적·능력위주의 인사로 돌아선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조짐은 지난 1일에 단행된 금성사의 대규모 인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금성사는 이 인사에서 이사대우 이상 임원 6명을 해임하고 과장·부장 20여명을 대기발령했다.
또 1천5백여명에 달하는 과장급 이상 중간관리자 가운데 3백여명의 자리를 무더기로 옮겼다.
금성사의 한 관계자는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임원이 재선임되지 않는 일은 자주 있으며 무능력한 중간 간부들이 옷을 벗는 것도 통상적인 일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책성 인사는 지금까지 인심후하기로 소문난 그룹의 전통적인 분위기에 젖어왔던 임직원들에게 큰 충격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문책성 인사가 과거에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구자경 회장은 인사철도 아닌 때에 경영전략 수립에 임직원 및 고객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장 3명의 옷을 한꺼번에 벗기기도 했고(90년 7월),작년 8월 부산 럭키 만덕아파트 주민 집단농성사건과 관련해서는 담당 상무와 현장소장(차장급)을 해임시키기도 했다.
작년 10월에도 계열사사장단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경영자들에게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도 새로운 인사관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에서 작년 9월 구회장과 19개 계열사 사장간에 자율경영권 보장과 책임경영을 다짐하는 조인식을 가진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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