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후세인의 재기(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동안 소식이 뜸했던 이라크 대통령 후세인이 지난 17일로 맞은 걸프전 1주년을 전후해 또 다시 서방매스컴에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후세인은 17일 바그다드 TV를 통해 이라크 국민들에게 이런 연설을 했다. 『지난번 전쟁을 전통적인 물질적·기술적 의미에서 보면 패했다. 그러나 도의적으로는 우리가 승리했다.』
후세인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아직도 건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주 발행된 뉴스위크 한국판을 보면 레이 윌킨슨기자의 이라크 르포가 눈길을 끈다. 윌킨슨 기자는 전쟁직후 산송장이나 다름없었던 후세인이 지금은 마음의 평정을 되찾은 것은 물론 정치적 안정도 되찾은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후세인은 이라크군의 전열도 재정비,50만명의 병력과 2천대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전쟁으로 파괴되었던 교량·도로·상수도 시설도 거의 복구되고 있다. 쑥밭이 되었던 발전소·원유정제시설·파이프라인·저장탱크도 수리를 마쳐 현재 85%가 재가동 중이다.
18개월동안 지속되고 있는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 등으로 복구에 5년이 걸린다던 서방전문가들의 예측을 뒤엎고 이라크가 이처럼 발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것을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미 군부에서는 앞으로 3∼5년안에 걸프지역에서 또 한차례 전쟁을 치를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미국의 신문·잡지등 여러자료를 종합하면 미국은 걸프전때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폭탄을 제조했는가 하면 쿠데타 등의 시나리오도 마련했던 모양이다.
특히 한 미 공군기지에서 1주일만에 만든 GBU­28이란 레이저 유도폭탄은 실험에서 두께가 7m가 넘는 10층의 콘크리트 건물을 뚫고 들어가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 폭탄은 실전에 4개가 사용되었지만 운좋게도 후세인은 그 폭탄의 세례를 면했다.
그러나 후세인의 재기에 가장 입맛이 쓴 사람들은 걸프전 당시의 군 지휘관들이다. 그것은 연합군으로 하여금 쿠웨이트 내의 이라크군을 전면포위,섬멸케 한다는 최종목표를 불과 몇㎞ 남겨둔 시점에서 부시 대통령이 종전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이라크 정예부대는 5백∼7백대의 탱크와 함께 고스란히 귀환할 수 있었다. 미국은 독안에 든 쥐를 살려준 셈이다.<손기상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