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무기판매에 “혈안”/확실한 외화벌이… 각국서 부작용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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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러시아가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재래식무기장사에 나서 관계국들로부터 우려와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지난 15일 시베리아 옴스크주정부에 동유럽에서 철수한 탱크를 1t에 1만달러씩 판매해 예산적자를 보충하라고 권고한데 이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외판매가 금지됐던 수송기 AN­24기판매를 허가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러시아의 군산복합체 지배인들과 지역당국에 『세계무기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재래식무기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지시했다.
러시아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방침이 알려지자 세계각국에서 구소련제무기 구입에 관한 문의와 구매의사가 빗발치듯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동유럽에서 철수한 T55탱크가 1천대 이상 주둔해 있 는 것으로 알려진 옴스크에는 네덜란드·예멘·남오세티아 자치공화국 등으로부터 T55탱크를 구매하겠다는 뜻이 전달됐으며,그밖의 서방 및 제3세계국가들로부터도 소련제무기구매의사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최근 남북예멘의 통일로 군사력 강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예멘정부는 구식 T55탱크 이외에도 대당 1백만달러에 신형탱크 6대를 사겠다고 제의하는등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언론들은 또 이미 러시아정부의 권고이전부터 무기수출 허가권이 없는 지방의 경무기 생산업자들이 수익증대를 위해 각종 소형무기 등을 수출해왔으며,이들중 상당수는 내전상태인 유고슬라비아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지역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지난번 걸프전에서 상당수의 소련제항공기를 노획했던 이란은 최근 40억달러 상당의 항공기부품을 러시아에 주문했다는 소문도 있다.
극심한 경제난에 직면한 러시아로서는 무기판매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업이겠지만,이러한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코메르산트지 군사전문가 그리고리 스트렐초프와 유리판 코프씨 등은 『무기판매가 외교적 고려없이 경제차원에서만 이뤄진다면 러시아는 전통적인 무기시장 및 오려된 동맹국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 30년동안 구소련과 긴밀한 군사관계를 유지해와 무기체계의 90%가 소련제인 인도는 러시아의 이같은 정책에 항의하고 있다.
알프레드 곤살베즈 러시아주재 인도대사는 『인도로서는 무기공급원을 러시아로부터 다른 국가로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청산계정에 의해 공급됐던 소련제무기를 달러로만 팔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곤살베즈 대사의 경고이외에도 이미 모스크바에서는 군사·외교전문가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차원에서 무기판매에 관한 적절한 통제를 하지 않을 경우,『외화벌이라는 희망을 달성할 수 없음은 물론,전통적인 우방 상실이라는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적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20일자 코메르산트지엔 미국의 록히드사와 노드롭사가 인도에 제품공급의사를 밝혔다는 기사가 비중있게 실리는등 러시아의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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