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왔다 신데렐라' 안시현 단독 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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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선 안시현이 16번 홀에서 티샷을 날린 뒤 날아가는 공을 보고 있다.[랜초 미라지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의 신데렐라들이 사막에서 파티를 했다.

원조 신데렐라 안시현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단독 선두에 나섰다. 두 번째 신데렐라 이지영(하이마트)은 2언더파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스물세 살 안시현은 빨간색 티셔츠를 입었다. 남캘리포니아 사막을 비추는 태양처럼 강렬해 보였다. 그러나 마음고생을 겪고 난 안시현은 차분했다. 2003년 제주에서 열린 LPGA 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깜짝 우승, 신데렐라로 큰 인기를 얻었으나 거품은 금방 꺼졌다. 그리 못하지도 않았지만 잘하지도 못했다. 미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선수 중 평범한 한 명일 뿐이었다. 코오롱과 재계약을 하지 못해 지난해부터는 스폰서 없이 지내고 있다.

안시현은 웃었다. "그동안은 나를 너무 괴롭혔다. 너무 잘하려다 보니 잘한 샷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공이 페어웨이 어디에라도 떨어지면 기쁘고, 공이 그린에 올라가면 기쁘고, 그렇게 편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나인브릿지 우승자 이지영은 잔잔한 연두색 옷을 입었다. 그러나 스윙은 호쾌했다. 장타자답게 파 5에서 버디 3개를 잡았다. 짧은 퍼트를 여러 차례 놓치지 않았다면 단독 선두도 가능한 경기였다. 이지영은 "코스가 길어져 유리하다.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승자인 세 번째 신데렐라 홍진주(SK)는 8오버파 90위로 부진했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3오버파에 머물렀고 그를 끌어내려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3언더파 단독 2위로 나섰다. 오초아가 우승하면 세계 랭킹 1위가 바뀐다. 오초아는 "이번 주 1위가 안 되더라도 어차피 시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소렌스탐의 시대는 지나갔다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진다.

지난 7년간 메이저대회 첫 라운드 중 가장 나쁜 성적을 낸 소렌스탐은 "오늘은 잊고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에 자신감은 별로 없었다.

랜초 미라지=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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